인생에서 가장 달콤했던 선택이 있었다면 그건, 배우라는 이름을 선택했던 바로 그 순간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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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시네스타] 이병헌 송강호 정우성에 질투나죠
등록일 2009.01.12 조회수 2103

SBS 드라마 ‘올인’으로 한류스타 반열에 오른 뒤에도 꾸준히 작품을 통해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이병헌이야말로 ‘톱스타’보다는 ‘배우’라는 말을 붙여주고 싶다. 몇몇 스타급 배우들이 한 작품을 통해 스타덤에 오른 뒤 이미지 실추나 차기작 실패에 대한 두려움으로 억대 출연료의 CF에만 의존한 채 몇 년째 공백기를 갖는 게 다반사인 현실이다. 반면 이병헌은 꾸준한 활동으로 배우로서 가치를 높이고 있다. 할리우드 진출작인 ‘나는 비와 함께 간다’에 이어 ‘G.I 조’ 촬영을 하고 있는 그는 오는 17일 김지운 감독의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이하 놈놈놈) 개봉을 앞두고 한국에 왔다. 극 중에서 이병헌은 무자비한 총잡이로 만주 벌판을 누비는 ‘나쁜 놈’ 창희 역을 맡고 있다. 연말 국내 드라마 ‘아이리스’ 촬영을 앞두고 있는 등 지금까지 거듭된 연기 변신과 다양하게 작품을 선택하는 것에 대해 그는 “더 무모해질 수 없는 시기가 오기 전에 해보고 싶었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놈놈놈’이 화제작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칸 영화제에서 반응도 좋았고. 송강호 이병헌 정우성이라는 톱스타들이 총 출연한 영화는 드문 경우니까요. 칸 시사회 뒤 기립박수가 이어졌을 때는 정말 남달랐을 것 같습니다.

네. 사실은 ‘G.I 조’ 촬영 때문에 스케줄 조정이 쉽지 않았는데도 힘들게 칸에 간 이유가 있었어요. 레드카펫과 시사회에서 관객들의 반응이 궁금했고. 꼭 한번 참석해 보고싶었으니까요. 또 단독주연일 때는 프리미어 시사회에서 영화를 객관적으로 보질 않아요. ‘사람들이 내 연기에 감정이입이 돼서 잘 봤을까?’ 등 여러가지 생각을 하거든요. 칸에서 ‘놈놈놈’을 봤을 때 남들과 같이 박수치고 즐기면서 봤어요. 내 분량 외 다른 배우들의 출연 분량을 보는 것도 신선하게 다가왔어요. 영화 상영 뒤 기립박수가 터졌을 때는 굉장히 감동적이었어요. 그런데 이후에도 박수가 그치지 않아 난감했습니다. (웃음) 나도 계속 박수를 쳐야하는건지 손을 흔들어야 할지…. 전 세계 사람들이 다 모인 자리에 우리가 주연이었으니까요.

-세 배우가 나란히 같은 작품에 출연한데에 대해 대외적으로는 “정말 좋았다”고 표현했지만. 미묘한 경쟁의식이 있었을 것 같습니다. 세 사람 각자 주연 배우들에 속하기 때문에요. 완성된 영화를 본 뒤에도 각자 느낌이 다를텐데요.

막상 촬영에 들어가면 경쟁의식을 느낄 겨를이 없어요. 촬영 자체가 너무 힘들었기 때문에 사사로운 감정이 끼어들 여지가 없었죠. 그런데 영화를 보니 미묘한 생각이 들었어요. 경쟁의식이라기 보다 ‘상대방이 더 멋있어 보인다’라는 결과물에 대한 질투죠. 하하하. (송)강호형은 “두 사람(이병헌. 정우성)은 멋있게 나오는데 나만 웃기다”고. 저는 “강호형은 처음부터 끝까지 전체적으로 이끌고. 우성이는 정말 멋있게 나오고”라며 시사회 뒤 각각 얘기했었어요.

-최근 한국 배우들의 할리우드 진출작이 대부분 전사 역할이 많습니다. 닌자 혹은 무술이 뛰어난 전사 등에 국한돼 있는데요. 이병헌씨 역시 마찬가지고요. 배우로서 아쉬운 점이 있을 것 같습니다.

네. 그렇죠. 그러나 어떤 일이든 과정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루고 싶은 게 있으면 거기까지 가는 과정이죠. 제가 ‘G.I조’에 출연한다고 했을 때 다들 의외라고 생각하셨을 거에요. 지금까지 느낌과 감독. 대략 이런 것들이 제 영화선택의 기준이었다면. 최근의 할리우드 진출작들은 저의 가능성을 본 것이었죠. 블록버스터 만화물에 출연하는게 의외라고들 생각하셨겠지만. 지금의 선택은 과정입니다. 진정 하고 싶은 것을 하는 중간단계요.

-그렇다면 진정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요.

뭐라 얘기할 수 없지만…. 나도 메이저 인간은 아닌것 같아요. 조금 더 어둡고. 마니아 층을 겨냥한 영화들을 좋아해요. 지난해 ‘놈놈놈’ ‘나는 비와 함께 간다’ ‘G.I조’ 세편을 비슷한 시기에 결정했어요. 저한테는 많은 결심과 의지가 필요했던 시기였죠. 아마 평소 같았으면 전혀 하지 않았을 거에요. 멜로물을 하나 더 했을테죠. 하지만 너무 많은 생각을 하지 않았어요. 조금 더 시간이 흐르기전에. 무모해 질 수 없는 시기가 오기전에 다 해보자고 결심을 했었습니다.

-대체 결혼은 언제? 바빠서 여자를 만날 틈이 없겠지만. 핑계라고 생각해요. 몇몇 연예인의 경우 선을 보기 위해 해외원정까지 가니까요.

하하하. 그래요? 그런데 그 부분(결혼)은 정말 어떻게 할 수 없는 것 같아요. 안하려는 것도 아니고. 환경이 어쩔 수 없기 때문이에요. 미국에 있을 때 몸 만들기에 집중했어요. 한국에서보다 더 독하게 식이요법을 했었고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사람들과 점심 혹은 저녁 약속을 잡을 수 없었어요. 사람들 많은 데 가서 나 혼자 도시락을 펴 놓을 수 없잖아요. 또 식이요법을 하다보니 얼마나 음식이 맛이 없었겠어요. 기운도 없고. 만사가 다 귀찮기도 했죠. 또 촬영장에 새벽 6시 까지 가려면 4시30분에 기상을 했고. 자연스럽게 아침형 인간이 될 수 밖에 없었어요. 외로운 생활의 연속이었죠. 일부러 누군가를 만날 수는 있겠지만. 그 자체가 쉽지는 않아요.

-드라마 ‘아이리스’ 이후 또 다른 차기작을 결정한 것은 있습니까.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말해주시죠.
아직 캄캄해요. 정신없이 연달아 작품을 했었고요. 일단 ‘놈놈놈’ 개봉 시키는 것 만으로도 벅차요. 아직 드라마는 촬영도 시작하지 않았고요. 우선 모든 게 다 정리되면 한숨을 돌려야겠다고 생각합니다.

남혜연기자 whice1@ 사진 | 박진업 기자 upandu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