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서 가장 달콤했던 선택이 있었다면 그건, 배우라는 이름을 선택했던 바로 그 순간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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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미스터션샤인' 이병헌, 그 아닌 유진 초이는 상상할 수 없었다
등록일 2018-10-01 조회수 976

[헤럴드POP=천윤혜기자]이병헌이 아닌 유진 초이는 상상할 수조차 없었다. 회가 갈수록 드러난 그의 진가는 '미스터 션샤인'의 깊이를 더했다.



지난 30일 tvN 토일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연출 이응복, 극본 김은숙)이 24부를 끝으로 종영했다. '미스터 션샤인'은 신미양요(1871년) 때 군함에 승선해 미국에 떨어진 한 소년이 미국 군인 신분으로 자신을 버린 조국인 조선으로 돌아와 주둔하며 벌어지는 일을 그린 드라마.



이응복 PD와 김은숙 작가가 '태양의 후예', '도깨비'에 이어 ' 미스터 션샤인'을 통해 3번째로 호흡을 맞췄다. 전작들이 국내를 넘어 아시아 전역에서 큰 사랑을 받으며 국내 최고의 연출가, 작가임을 수없이 입증해왔던 두 사람이었기에 '미스터 션샤인'은 올해 드라마 중 가장 큰 기대와 관심을 모았다.



'미스터 션샤인'이 큰 관심을 사로잡은 데에는 또 하나의 이유가 있었다. 바로 극중 남자 주인공인 유진 초이 역으로 배우 이병헌이 낙점됐기 때문. 이병헌이 맡은 유진 초이는 노비의 아들로 태어나 살기 위해 신미양요 때 미국으로 건너가 미 해병대 대위가 돼 다시 조선 땅을 밟게 된 인물.



이병헌은 '미스터 션샤인'을 통해 브라운관에 9년 만에 복귀했다. 그의 전작은 지난 2009년에 방영됐던 KBS2 '아이리스'. '아이리스' 이후 드라마보다는 영화에 몰두하며 다양한 작품을 통해 이미 완성된 연기 내공을 꾸준히 넖히며 배우로서의 입지를 완벽하게 다졌다. 그는 할리우드에도 성공적으로 진출, 국내 남배우로서는 대체 불가능한 배우로서의 자리를 확고히했다.



이병헌은 9년 만의 브라운관 복귀작으로 '미스터 션샤인'을 선택한 것에 대해 "이응복 감독님과 김은숙 작가님의 작품인데 안 할 이유가 없었다"고 얘기했다. 이응복 PD와 김은숙 작가의 힘을 믿었던 것. 그리고 이병헌은 연출과 극복에 힘입어 '미스터 션샤인'에서 자신의 연기를 마음껏 펼쳤다. 



'미스터 션샤인' 속 유진 초이는 이병헌이 아니었다면 상상할 수 없었다. 첫 방송에서 그는 강렬하고 절도 있는 미군으로 등장해 시선을 사로잡았으며 자연스러운 영어로 몰입감을 높였다. 이후 방송이 계속될수록 이병헌은 상처가 가득한 인물을 눈빛만으로 표현해내며 대사가 없더라도 강렬한 존재감을 발산했다. 자신의 부모를 죽인 원수에게 복수를 할 때에는 무서울 정도의 냉철함을 보였고 자신의 곁에 있는 사람들 앞에서는 유머도 툭툭 던지며 장난기 어린 모습도 가득했다.



적당한 진중함과 동시에 나타나는 적당한 유머러스함은 고애신(김태리 분)과의 사랑이 짙어질수록 더욱 드러났다. 그는 여자 주인공인 김태리와의 나이 차가 20살이 난다는 것을 드라마 시작 전부터 회의적으로 보던 대중들의 마음도 돌려세웠다. 여자주인공과 키스신 한 번 없었음에도 둘의 애틋한 사랑은 모두에게 전달됐고 감정의 깊이는 고스란히 느껴졌다.



지난 30일 방송된 최종회에서 유진 초이는 고애신을 살리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내놓았다. 그는 마지막 순간까지 고애신에게 "이건 나의 히스토리이자 나의 러브스토리요"라며 자신의 희생에 담담했다. 이병헌이 그런 유진 초이를 그렸기에 두 사람의 러브스토리는 그 어떤 사랑보다 아렸다.



이병헌은 유진 초이 역에 왜 자신이 캐스팅 됐는지 오로지 자신의 연기력으로 그 이유를 입증했다. 방송을 볼수록 시청자들은 이병헌의 진가에 빠져들었고 그가 아닌 유진 초이는 더 이상 상상할 수 없게 됐다. 그는 9년 만에 브라운관으로 복귀했지만 그 공백기는 이런 연기를 보여주기 위한 잠시의 쉼표와도 같았다. 가슴 아픈 시대의 역사에서 운명의 소용돌이에 갇혀버린 유진 초이. 그가 아니었다면 '미스터 션샤인' 속 유진 초이는 이 정도로 강렬한 존재감을 발휘할 수 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