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서 가장 달콤했던 선택이 있었다면 그건, 배우라는 이름을 선택했던 바로 그 순간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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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전문가 한류진단' 이병헌·박찬욱·봉준호 이끄는 K무비, 한류 중심 되려면
등록일 2019-04-19 조회수 1344

[스포츠서울 최진실기자]세계에서 인정 받고 있는 K무비가 한류의 중심에 서려면 어떤 길을 걸어야 할까.



올해는 ‘한국영화 100주년’이라는 영화계에 있어 뜻깊은 해다. 100년이란 시간 동안 빠르게 성장한 K무비와 한국의 배우, 그리고 감독들은 세계 무대에서 인정을 받고 있다. 1987년 강수연이 아시아권 최초로 세계 4대 영화제 중 하나인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것을 시작으로 전도연, 김민희 등 배우들이 세계 유수 영화제에서 주연상을 수상했으며 임권택 감독, 박찬욱 감독, 봉준호 감독 역시 세계 영화제가 사랑한 감독으로 거듭났다.



더불어 2000년대 시작과 함께 아시아를 중심으로 한류스타들이 인기를 구가하며 이들이 출연하는 영화 역시 많은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K무비는 세계 속의 위치와 한류 시장에서의 위치가 다소 괴리감이 있다는 평이다. 스포츠서울이 지난달 25일부터 31일까지 방송, 영화, 가요 등 엔터테인먼트 각 분야 콘텐츠 제작자, 기획사, 프로듀서, 홍보·마케팅 등 전문가 100인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하며 K무비를 이끄는 톱 플레이어와 현 주소에 대해 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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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무비=‘톱3’ 압도적 이병헌, 박찬욱·봉준호

엔터 각 분야 전문가 100명에게 영화 한류의 현재를 이끄는 플레이어 톱3를 묻는 문항에서는 한국영화를 이끄는 톱배우들의 이름이 대거 등장했다. 이들 중 단연 돋보인 이는 압도적인 수치로 1위를 차지한 배우 이병헌(45표)이다. 지난 2009년 영화 ‘지.아이.조-전쟁의 서막’을 통해 할리우드에 본격 진출한 이병헌은 ‘터미네이터 제니시스’, ‘매그니피센트7’ 등 다양한 작품에서 세계적인 스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자신의 입지를 공고히 했다. 뛰어난 연기력과 현지인 수준의 영어 실력으로 할리우드 진출 배우 중 가장 성공적인 사례로 꼽히고 있는 이병헌인 만큼 영화 한류 대표 플레이어로 가장 먼저 떠올릴 수 있었다.



이병헌에 이어 가장 많이 언급된 이름으로는 세계적인 거장으로 거듭난 박찬욱 감독과 봉준호 감독(이하 16표)이다. 박찬욱 감독은 ‘올드보이’를 통해 칸영화제 심사위원 대상, ‘박쥐’로 칸영화제 심사위원상 수상 등 ‘칸이 사랑하는 남자’는 물론, 할리우드와 영국 드라마에도 진출하며 한국을 대표하는 감독이 됐다. 함께 이름을 올린 봉준호 감독 역시 ‘괴물’, ‘마더’, ‘설국열차’ 등 자신만의 독창적인 스타일이 담긴 작품들을 통해 주목을 받으며, 할리우드 스타들과도 함께하는 세계적인 감독으로 거듭났다. 이같이 세계를 무대로 가시적인 성과를 거둔 두 감독 또한 이병헌과 함께 한류 대표 플레이어로 쉽게 떠올리는 이들이 됐다.



여배우 중에서는 배두나가 14표(4위)로 가장 높은 순위에 올랐다. ‘어벤져스’ 시리즈 등에 출연한 수현이 6표로 9위에 이름을 올리며 10위권 안에 들었다. 이들과 함께 전지현(5표), 송혜교, 전도연(이하 3표), 김혜수, 손예진(이하 2표)이 언급됐다.



드라마 분야에서 1위를 차지한 송중기(5위·13표)는 영화 분야에서도 상위권에 오르며 스타 파워를 입증했다. ‘늑대소년’을 통해 연기력과 스타성을 동시에 견고히 한 송중기였던 만큼 전작 ‘군함도’는 다소 아쉬운 성적을 보였지만, 영화계에서도 잠재력 넘치는 한류 파워를 가지고 있는 것. 특히 송중기는 K무비를 이끌 차세대 플레이어 톱3에서도 6표를 얻으며 9위에 오르는 등 여전히 많은 업계 관계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정우(12표), 송강호(10표), 공유(9표) 등 한국 영화를 이끌고 있는 ‘충무로 간판 배우’들도 순위권에 오르며 단순한 한류 인기를 넘어 작품을 가득히 채울 수 있는 플레이어들의 역할이 필요한 것을 반증하게 했다. 20대 스타로는 도경수(3표)가 쟁쟁한 선배들 사이에서 유일하게 이름을 올리며 앞으로를 기대하게 했다. 아시아를 평정한 그룹 엑소의 멤버이자 영화 원톱 주연을 맡을 만큼 연기력을 인정 받았기에, 한류 플레이어로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K메이커=‘톱3’ 박찬욱·봉준호 그리고 김용화(ft.덱스터)

영화계에서 한류를 대표하는 영향력 있는 제작사 및 감독을 선별하는 문항에서도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는 감독들의 이름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K무비의 대표 플레이어 톱3에 선정됐던 박찬욱 감독과 봉준호 감독의 강세가 돋보였다.



한류를 대표하는 제작사 및 감독에서 1위를 차지한 이는 56표를 얻은 박찬욱 감독이다. 다수의 답변에서 박찬욱 감독의 이름을 찾을 수 있을 만큼 ‘K무비 감독=박찬욱’이란 공식이 성립된 모습이었다. 박찬욱 감독 못지 않게 많은 표를 얻은 이는 50표의 봉준호 감독이다. 2위에 오른 봉준호 감독 역시 박찬욱 감독과 함께 언급되며 영화계를 대표하는 플레이어 임을 입증했다.



이들과 함께 ‘신과함께’ 시리즈의 김용화 감독이 20표를 얻으며 공동 3위에 이름을 올렸다. 한국에서도 시리즈 모두가 천만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 성공을 거둔 ‘신과함께’가 대만, 동남아시아 국가 등에서 많은 인기를 얻은 것이 큰 공을 세웠다. 특히 김용화 감독이 이끄는 제작사이자 VFX(시각특수효과) 기업 덱스터스튜디오도 9표를 받으며 ‘김용화 파워’를 엿보게 했다.



김용화 감독과 함께 국내 최대 영화 투자·배급사로 꼽히는 CJ ENM(20표)도 공동 3위에 올랐다. 천만영화 ‘극한직업’은 물론 ‘수상한 그녀’와 ‘써니’가 중국, 베트남 등에 새로운 버전으로 수출되며 현지에서도 역대 박스오피스 3위 등을 기록하는 등 한류 시장에서도 가시적인 성과을 거둔 회사다.



김지운 감독, 이창동 감독(이하 7표), 연상호 감독(6표), 윤제균 감독, 최동훈 감독(5표), 나홍진 감독(4표), 홍상수 감독(3표)과 같이 세계 유수의 영화제에서 수상하거나, 주목을 받는 감독들의 이름이 순위권을 장식했다.



◇K무비, 중심 되려면 ‘변화’ 필요하다

세계에서 위상을 인정 받고 있는 한국 영화지만, 한류 콘텐츠로는 아직 갈 길이 먼 모습이다. 한류 주요 콘텐츠로 활발한 지에 대해 묻는 질문에, 전문가 100인 답변 결과 가요나 방송 콘텐츠는 ‘활발하다’는 의견이 비교적 많았지만 영화는 상황이 달랐다. ‘보통이다’는 의견이 과반인 50표, ‘그저 그렇다’ 23표, ‘미미하다’가 12표나 나오며 현실을 대변했다.



그룹 방탄소년단, KBS2 드라마 ‘태양의 후예’, SBS 예능 ‘런닝맨’과 같이 현지에서 각광 받고 있는 각 분야를 대표하는 한류 콘텐츠가 있지만 영화는 그렇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세계적으로 인정 받고는 있지만 타 분야 콘텐츠와 같이 현지 대중이 자국 콘텐츠보다 더 열광하고 선호하기엔 아직 부족하다는 평이다.



또한 ‘한류’와 ‘세계 속 인정’을 명확히 구분하기가 모호하다는 점도 K무비의 걸림돌이기도 했다. 실제 설문 결과에서도 영화 대표 한류 플레이어를 꼽기 보다는 세계 진출에 성공한 플레이어를 꼽는 것에 더 가까웠다. 세계 시장에서 성공적인 결과를 얻은 배우 혹은 감독이 영화 한류를 대표한다고 볼 수 있었다. 이에 대표 플레이어를 꼽은 후, 차세대를 이끌 플레이어를 꼽는데 고민하는 답변이 대다수였고, 무응답률도 굉장히 많았다.



이처럼 일부 스타 플레이어에만 집중된 K무비 한류에 대한 우려의 의견도 있었다. 설문에 참여한 한 영화 전문가는 “스타나 감독, 제작사 등 개인이 아닌 국가 차원의 협업 기반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으며, 또 다른 전문가는 “배우 출연료가 높다. 주 52시간 근무제로 인해 제작비가 상승한 것도 점진적으로 한류 상품의 수출 시장과 해외 투자를 가로막을 것으로 우려된다. 중국의 콘텐츠 퀄리티 향상도 해외 수출에 있어 한국 콘텐츠의 대체재로 되고 있기에 효율적으로 시장 사이즈에 맞는 출연료 조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우려만 있는 것은 아니다. 스타 플레이어들 뿐 아니라 최근에는 신예 배우, 감독의 해외 진출 사례도 많아지고 있으며 ‘어벤져스’ 팀이 아시아 허브 국가로 한국을 선정할 만큼 할리우드 스타들의 내한 행렬이 이어지는 것 역시 K무비 시장의 저력을 입증하는 사례다. 이같은 좋은 기운과 함께 K무비가 한류 중심이 되려면 필요한 요소로 보다 신선한 콘텐츠와 현지와의 충분한 문화 교류를 꼽을 수 있다.



설문에 참여한 영화 전문가들도 한류가 지속성을 갖기 위해 필요한 요소로 ‘양질의 콘텐츠’(48.4%)를 압도적인 1위로 꼽았으며, 아쉬운 점 역시 ‘신선한 콘텐츠의 부재’(29%)를 우선으로 들어 ‘콘텐츠의 힘’을 중요하게 했다. 또한 새로운 한류 집중 포인트로 ‘쌍방향 문화 교류 증진’(41.2%)이 가장 높은 순위로 선정된 것은 엔터 전체 분야 전문가가 ‘현지와의 협업’(38.3%)을 우선으로 꼽은 것과는 다른 양상이었다. 이는 현재 K무비 콘텐츠가 수출 현지의 문화보다는 한국 중심의 문화만을 녹인다는 점을 지적하는 부분도 있다. 한 영화 전문가는 “해외 시장 개척에 힘써야 살아남는다. 세계화가 답이다”고 말하며 세계화 콘텐츠의 필요성을 말했다.



이처럼 K무비가 세계 속 위상에 맞게 한류의 중심에 서기 위해서는 한국적인 것을 유지하면서도 한류 시장과 소통하고, 그들도 단순히 작품성을 넘어 한국 영화 문화에 공감할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변화’가 필요하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