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서 가장 달콤했던 선택이 있었다면 그건, 배우라는 이름을 선택했던 바로 그 순간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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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이병헌, 깨질 만한 빌런 찾다 보니"…화제의 '이병헌 광고'
등록일 2019-04-01 조회수 523

[이데일리 스타in 박미애 기자]



“아, 안돼.”

이병헌이 출연한 한 게임광고가 입소문이 났다. 모바일 게임 개발사 슈퍼셀의 3대3 슈팅 게임 ‘브롤스타즈’가 그것. 현상금 사냥꾼으로 변신한 이병헌이 홀로 수배자 사냥에 나섰다가 되레 적의 역공을 당하는 내용이다.



광고는 총 5가지 에피소드로 나뉜다. 이병헌과 대적하는 빌런으로 UFC 선수인 김동현 정찬성 최두호, ‘내부자들’의 조상무(조우진 분) 일당, ‘달콤한 인생’의 강사장(김영철 분) 문석(김뢰하 분) 오무성(이기영 분), ‘삼국지’의 유비·관우·장비, ‘꽃보다 할배’의 이순재·신구·백일섭이 등장한다. 광고를 본 이들은 이 많은 모델을 어떻게 섭외했는지 궁금해한다.



이 광고를 ‘병맛’ 코드 영상으로 인기를 모았던 콘텐츠 제작사 돌고래유괴단이 제작했다. 야생동물 촬영에 나갔다 곰에게 당한다는 설정의 안정환·최현석의 캐논 광고 등을 화제를 모았다. 돌고래유괴단의 신우석 감독은 “3대3으로 게임을 한다는 게 중요한 키워드였다”며 “이병헌이 세 명의 조합을 만나서 지게 되는 스토리를 짜게 됐는데 딱 맞닥뜨렸을 때 패배할 수 있는 3인 조합이 뭘까 생각을 해보니 출연작의 악역이나 배우들은 위계질서가 엄격하니까 ‘꽃할배’ 조합을 찾은 거다“고 설명했다. UFC 선수들은 영화를 보지 않아도 직관적으로 ‘이병헌 안 되겠네’라는 느낌을 줄 수 있도록, 삼국지의 유비·관우·장비는 의외의 조합을 찾다가 나왔다. 이병헌의 빌런(악당이라는 의미)으로 이외에도 여러 후보가 있었다. 그 중에는 ‘놈놈놈’ ‘해라바기’ 조합도 있었고, 앞서 돌고래유괴단이 제작했던 캐논 광고의 ‘신스틸러’ 곰도 있었다.

이 광고에 나오는 작품이나 출연자가 많다 보니 저작권료나 모델비를 궁금해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신 감독은 ”패러디의 경우에는 실제 연기한 배우들이 출연하면 영화사에서 최대한 협조를 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연기자가 16명인 만큼 많은 돈을 들인 것이 사실이다. 신 감독은 ”돈이 얼마나 드는 것은 두 번째 문제였고 슈퍼셀에서 가장 우선한 건 스스로 확산될 수 있는 필름을 만들어 달라는 거였다“며 ”그래서 스토리텔링을 가지면서 1회성으로 소비되지 않도록 멀티 엔딩 구조로 지금의 광고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이 광고는 총 세 가지 버전이다.



대중의 입장에서 재미있는 건 패러디도 패러디인데 고급스러운 이미지의 이병헌이 망가지는 모습을 본다는 것이다. 이병헌의 흑역사라 할 수 있는 요소까지 패러디로 적극 활용했다. 이병헌이 광고에서 빌런에게 공격을 당할 때 ”아, 안돼“라며 외치는 대사는 드라마 ‘아이리스’에 등장했던 대사다. 이병헌의 흑역사로 지금까지 회자되는 대표적인 ‘밈’(짤) 영상을 패러디한 것이다.



돌고래유괴단의 또 다른 멤버 백종호 PD는 ”(흑역사가) 사실 거부감을 일으킬 수 있는 요소인데 이병헌이 오히려 ‘재미 있겠다’며 흔쾌히 받아들이고, 적극적으로 아이디어를 내기도 했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UFC 에피소드에서 복싱 미트를 들고 ”잽잽잽 스트레이트“ 말하는 장면, 삼국지 에피소드에서 마임으로 사라지는 장면 등은 이병헌의 아이디어로 탄생했다. 신 감독은 ”보통 배우들이 광고를 찍을 때 그렇게 열의를 가지고 하는 경우가 많지 않다“며 ”이병헌은 이 광고를 찍기 전에 우리 팀의 이전 광고를 다 보고, 사전 미팅까지 제안했다. 광고도 자신의 작품으로 생각했다. 이병헌과 함께 일하면서 왜 이 사람이 대단한 배우인지 알 수 있었다“고 얘기했다.



돌고래유괴단은 2006년 콘텐츠 제작과 무관한 6명으로 출발, 현재 11명이 회사를 꾸려가고 있다. 이들은 스토리텔링을 중시한다. 이 지점이 다른 광고와 차별화한 강점이다. 신 감독은 ”광고도 콘텐츠가 돼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시대는 그렇게 흘러가고 있고 그것을 알면서도 막상 콘텐츠로 접근하는 회사나 팀은 많지 않은 것 같다“고 업계의 주목을 받게 된 비결을 말했다.



돌고래유괴단은 광고로 유명해졌지만 이들은 사실 영화를 만들기 위해 뭉친 창작집단이다. 지난해에는 웹드라마 ‘고래먼지’를 제작, 활동 반경을 넓혀가고 있다. 신 감독은 ”10년 전 영화를 만들자고 뭉친 팀“이라며 ”우리는 남들이 가지 않은 방향으로만 가 지금까지 이르렀다. 현재 영화를 준비하고 있는데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기존에 우리나라에서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영화를 선보이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