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서 가장 달콤했던 선택이 있었다면 그건, 배우라는 이름을 선택했던 바로 그 순간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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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백두산’ 살린 이병헌, 연기神다운 존재감 [무비와치]
등록일 2019-12-27 조회수 480

 



[뉴스엔 박아름 기자]



백두산 폭발로 시작해 이병헌 연기로 끝난다. 영화 '백두산' 이야기다.



역시 이병헌은 이병헌이다. '내부자들' 정치깡패부터 '남한산성' 충신, '그것만이 내 세상' 한물간 전직 복서, '미스터 션샤인' 미 해병대 장교까지 그간 스크린과 TV브라운관을 넘나들며 독보적인 캐릭터를 탄생시켜온 배우 이병헌은 이번에도 독보적인 캐릭터와 임팩트 강한 연기로 영화의 마지막을 강렬하게 장식했다.

 


 






이병헌은 남과 북 모두를 집어삼킬 초유의 재난인 백두산의 마지막 폭발을 막아야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백두산'(감독 이해준, 김병서)에서 백두산 폭발을 막기 위한 작전의 키를 쥔 북한 무력부 소속 일급 자원 ‘리준평’으로 분했다. 리준평은 작전에 협조하는 척하지만 진짜 목적은 숨긴 채 은밀하게 움직이는 인물로, 이병헌은 또 한번 임팩트 넘치는 활약을 펼치며 '백두산'을 완벽하게 자신의 영화로 만들었다.



이병헌이 연기한 리준평은 재난 영화 치고 비교적 평범한 캐릭터들 사이에서 가장 튄다. 전라도 사투리와 함께 뒤늦게 모습을 드러내는 이병헌은 초반부터 미친 존재감을 내뿜는다. 이병헌은 속내를 알 수 없는 미스터리함을 간직한 채 마치 악동처럼 돌발 행동을 일삼으며 종잡을 수 없는데다가 비상한 두뇌, 능청스러움까지 갖춘 리준평 캐릭터를 맛깔나게 살려낸다. 여기에다가 "뒤통수에 왜 눈깔이 없는 줄 아네?", "삥 빠졌네" 등 명대사까지 대거 남기며 폭발적인 활약을 선보인다.



하정우와 케미도 돋보인다. 영화에서 가장 주가 되는 조인창 역 하정우와의 주거니 받거니 브로맨스 케미는 관객들로 하여금 '백두산'이 재난 영화임을 잠시 잊게 하고 완벽한 버디 무비인양 착각하게 만든다. 특히 리준평은 조인창의 머리 꼭대기에 앉아있는 듯 여유롭게 조인창을 갖고 놀고, 썰렁한 개그까지 일삼으며 어두침침할 뻔한 '백두산'의 분위기를 환기시켜주는 역할을 해낸다. 이는 '백두산'이 재난영화임에도 불구, 그리 무겁지만은 않은 영화로서 관객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

 

 






무엇보다 '연기의 신' 이병헌의 진가를 확인시켜준 건 후반부 폭발하는 부성애다. 피도 눈물도 없을 것 같은 리준평, 그도 결국엔 한 아이의 아빠였다. '서툰 아빠' 리준평은 영화가 끝나고도 마치 지표면으로 올라오는 마그마처럼 코끝 찡한 감동과 진한 여운을 남긴다. 백두산 폭발이라는 신선하고 기발한 소재에 무리수가 될 수도 있었던 진부한 부성애 코드는 이병헌이기에 신파로 전락하지 않을 수 있었다는 평. 이병헌표 부성애는 관객들의 눈물샘을 제대로 자극한다.



이같이 관객들을 울리고 웃기는 이병헌은 일각에서 지적한 개연성 부족이라는 허점마저도 살리는 클래스 다른 연기로 '백두산'을 구해낸다.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감정을 소름끼치게 표현해내고, 찰나에 스쳐가는 감정들마저 살려내는 이병헌. 특유의 눈빛 연기도 '백두산'과 만나 빛을 발한다. 이는 왜 그가 대체불가 배우 이병헌인지를 알게 한다.



무엇보다 이병헌은 진지함과 코믹함의 균형을 적절하게 맞추며 관객들을 이끈다. 이병헌은 살벌하면서도 코믹함을 잃지 않아야 하는 어려운 캐릭터를 구축해내면서도 후반부엔 깊은 감정 연기로 관객들의 몰입도를 한껏 높인다. 그렇게 이병헌은 멋지게 퇴장, 관객들 사이에서 끈힘없이 회자되고 있다.

 

 






'백두산'을 신파로 빠질 뻔한 위기에서 구해내며 '연기의 신'으로서의 면모를 다시 한번 입증한 이병헌. 그의 끝장 연기는 '휴화산'이 아닌 '활화산'이다.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