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서 가장 달콤했던 선택이 있었다면 그건, 배우라는 이름을 선택했던 바로 그 순간 이었습니다.
인생에서 가장 달콤했던 선택이 있었다면 그건, 배우라는 이름을 선택했던 바로 그 순간 이었습니다.
제목 ‘우리들의 블루스’ 홧홧한 이병헌과 우울한 신민아의 하모니 기대 [김재동의 나무와 숲]
등록일 2022-04-25 조회수 373

[OSEN=김재동 객원기자] 언제나 속이 홧홧한 남자 이동석(이병헌 분)과 매사가 우울한 여자 민선아(신민아 분)가 만났다.



제주를 찾은 선아의 차가 해안도로 어디쯤서 배터리 방전으로 멈춰버렸고 그 옆을 이동석의 만물상 트럭이 지나쳤다.



24일 방송된 tvN 토일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는 ‘동석과 선아’의 에피소드를 펼쳐냈다.



두 사람은 재회다. 이날 둘의 마주침도 해안도로가 아닌 배안에서가 먼저였다. 갑판에서 만물상 재고를 어림하던 동석은 우두커니 바다만 응시하던 선아를 발견했지만 모른 체 했다. 제주에 닿아 선아의 차에 뒤미처 출발한 동석은 해안도로서 도움을 청하는 선아를 스쳐 지나갔다. 배에서건 도로에서건 애써 외면하려는 기색이 역력하다.



그리고 하릴없이 도움의 손길을 기다리는 선아 앞에 멈춰선 동석의 만물상 트럭. 그렇게 동석은 결국 선아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점프선을 통해 임시방편으로 배터리를 충전해준 동석은 떠나려다 말고 묻는다. “너, 나 몰라?” “알아” “아는데 인사도 안하냐? 싸가지하고는..”

 








그렇게 인연은 끝인 줄 알았다. 하지만 민선아가 정한 민박집이 마침 푸릉마을이었다. 여장을 풀고 맥주 한잔 하러 선아가 찾은 실내 포차는 또 공교롭게도 영옥(한지민)의 가게였다. 이번에도 동석은 한발 늦게 등장했다. 선아를 발견하고 다시 돌아나갔던 동석은 ‘내가 왜?’ 싶었는지 되돌아와 소주를 딴다. 그런 동석에게 선아는 “내가 나갈게. 편하게 마셔”하고는 방파제로 향한다.



다음 날 아침 정준의 해녀 배가 선착장을 출발하려 할 때에도, 트럭에서 새우잠을 자고 난 동석이 양치질을 할 때까지도 선아의 실루엣은 방파제 끝에 망부석처럼 꼿꼿했다. 그 자리, 그 자세로 날 밤을 지샌 모양. 하지만 정준의 배가 출발하면서 “사람이 빠졌다”는 해녀의 외침과 동시에 선아의 실루엣은 방파제에서 사라졌다.



선아는 우울증을 앓았다. 그 탓에 가정생활은 엉망이 돼버렸고 남편 태훈(정성일 분)과는 이혼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어린이 집서 귀가 중 교통사고를 내면서 자신이 키우던 아들 열이의 양육권마저 뺏겼다. 선아에게 아들 열이는 전부였다. 그런 열이가 “아빠는 친구”라고 말하면서 “엄마는 아파. 나랑 못놀아”라고 평한 것은 그대로 날 선 비수가 되어 선아의 가슴에 박혔다.



온통 열이 생각에 사로잡혀 있는 선아에게 동석과의 재회 따위는 무가치했다. 아니 열이를 잃은 마당에 자신의 존재 이유조차 무가치했다. 그런 선아의 극단적 선택은 당연한 수순이었을지 모른다.

 







선아에게 찾아온 우울증은 연혁이 깊다. 아직 극화되진 않았지만 시놉시스에 따르면 아버지의 사업 실패, 엄마 손에 버려진 일곱 살의 기억도 그렇고 아빠 손에 이끌려 찾은 제주 큰집 생활도 분란의 연속이었다.



동석은 당시 오락실을 들락거리며 알게 된 동네 오빠였다. 제주를 떠나 다시 서울에서 대학을 나오고 회사생활을 하고 결혼까지 하게 됐지만 어린 시절을 관통한 외로움은 끝내 마음의 고질병이 되고 말았다.


 


동석에게 선아는 첫사랑이었던 모양이다. 동경의 땅 서울에서 내려온 예쁘장한 소녀는 구질구질한 동석의 일상에 감로수였을 테다.



해녀로 물질하던 누이와 뱃꾼 아버지를 삼켜버린 제주바다를 동석은 싫어했다. 아버지 친구에게 재가한 어머니 옥동(김혜자 분)은 더 끔찍해했다. 동석은 그런 제주를 일찌감치 떠나 서울살이를 시작했고 대리 운전중 선아와 재회했다.



하지만 재회의 반가움은 오래가지 않았다. 밤바다를 보고 돌아오는 길, 동석이 교제의사를 밝히자 선아는 냉정하게 차에서 내려 콜택시를 타고 사라졌다. 동석에게 선아는 그런 애증의 존재였다.

 







동석이나 선아나 상처많은 이들이다. 악몽의 땅 제주로 귀향한 동석이나 우울증과 이혼에 이어 아들마저 뺏긴 선아나 결코 편편하다고 볼 수 없는 삶을 살아왔다.



동석은 고향 제주와의 결별을 위해 서울에서의 성공을 꿈꿨을 것이다. 앞만 보고 인생을 폭주했을테지만 끊임없이 추월만 당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출세의 언저리만 쉼없이 맴돌다 지쳐 떼밀리듯 제주로 돌아왔을 것이다. 제주 인근 섬들을 끊임없이 떠도는 현재의 장돌뱅이 삶. 동석의 시간은 그렇게 엉거주춤 멈춰서고 말았다.



유일한 가족인 엄마 옥동이 있지만 아예 밀쳐낼 수도 그렇다고 껴안을 수도 없는 존재일 뿐이다. 고향 어른들로부터 ‘개도 안물어갈 불효자’ 소리나 들으며 뱅뱅 주변만 맴도는 것이 고작이다.



선아 역시 마찬가지다. 크게 부족한 과거를 딛고 남들하는대로 누군가의 아내와 엄마로 자리잡기까지 얼마나 고군분투 했을까? 그 결과가 마음의 병이고 그 병으로 인해 그렇게 어렵게 얻은 모든 걸 잃고 말았다.



세상은 두 사람의 젊음과 노력이란 과육을 발라먹고는 남겨진 씨처럼 두 사람을 내뱉고 말았다.



모든 사람들이 인연을 만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들은 세 번째 만났다. 꼭 만나야 될 사람들이어선가 보다. 동석과 선아. 세상이 뱉어낸 울화 많은 남자와 우울한 여자가 서로를 부축하는 이야기가 기다려진다.



/zaitung@osen.co.kr



[사진] 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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