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남한산성> 이병헌 - 시대의 울림 |
---|---|
등록일 2017-09-19 조회수 862 | |
-황동혁 감독이 “김훈 작가 원작의 강렬하고 묵직한 대사를 재연하려는 마음에, 배우들이 대사를 하기 쉽지 않을 것 같다”고 어려움을 전하기도 했다. = 나는 반대였다. 오히려 예스러운 말투와 약간은 생경한 단어가 캐릭터나 상황에 몰입하는 데 도움이 되더라. 그 시절을 느낄 수 있게 해주고 인물에 가깝게 다가갈 수 있게 해준 느낌이라 대사들이 주는 묵직함이 오히려 좋았다. -원작이 가진 묵직한 무게감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시나리오다. 감정을 몰아가거나 드라마틱함을 주기 위한 장치들을 최대한 배제하고 깔끔하게 완결된다는 점에서 인상적이다. =김훈 작가님이 격려차 현장에 오셨는데, “각색이 힘든 책이었을 텐데 시나리오가 참 좋다”고 말씀해주시더라. 황동혁 감독님의 실력이다. 사실 영화 찍으면서 이렇게 모니터링을 하지 않은 게 처음이다. 보통 영화를 찍으면 배우들이 이 감정, 저 감정 상상해서 가고 그 몇 가지를 다 해보는데, 감독님은 자신이 원하는 게 뭔지를 정확하게 안다. 그러니 초반 촬영 하고 나서 “한번 볼게요” 하는 이야기를 더이상 안 하게 되더라. -최명길은 당시로는 입에 담기 힘든, 실리적인 의견을 내놓아 주변의 미움을 얻는 인물이다. 변화와 각성을 하는 캐릭터보다 초지일관의 소신을 가진 인물을 표현하는 데 있어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이 영화에는 한 인물의 생각이나 소신의 변화보다 훨씬 더 큰 게 있다. 그는 남들이 ‘사상이 의심스럽다’고 여기는 말을 영화 끝까지 굽히지 않고 외쳐대는 인물이다. 명길이나 상헌(김윤석) 둘 다 서로의 의견을 굽히지 않는데, 이 부분이 옳고 그름의 문제로 귀결되지 않는다. 이 영화는 관객이 어느 한 캐릭터에 감정이입해서 따라가도록 하는 게 아니라 객관적으로 딱 50 대 50으로 그 상황을 지켜보게 해준다. 그게 이 시나리오의 문제가 될 수도 있지만, 그게 가장 큰 매력이지 싶더라. -최명길이 가진 소신이 지금의 관객에게도 울림을 주는 지점은 무엇이라고 보나. =딱 한번, 이성적이고 논리적이던 명길이 “백성을 살리자”는 직접적인 대사를 한다. 감독님에게 그 대사를 넣자고 청했다. 나는 그 신의 그 말을 하는 명길이 가장 크게 보이더라. 나는 명길이나 이 영화의 모든 인물이 무언가를 제시하거나 영웅이 되는 인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들의 말, 생각이 지금의 우리에게 많은 영향을 끼칠 거라고 본다. 두 의견이 부딪히는 상황에서, 누구의 손을 들어주는 게 아니라 상대를 이해할 수 있는 마음을 더 많이 이야기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최근 한국 장르영화를 향한 피로도 성토되고 있다. 여배우의 작품 기근 현상도 문제로 대두되고 있고. =특정 장르의 유행은 시대를 반영한 결과다. 범죄 액션물에 비리 관련 이야기가 많고, 장르가 한쪽으로 치우치다 보니 남성의 역할이 많아지고, 왠지 한국에는 여배우들이 부족하다는 인식이 생겨버린다. 최근 이주영 감독과 함께한 <싱글라이더>나 얼마 전 촬영을 마친, 윤여정 선배님과 함께한 <그것만이 내 세상>을 작업하면서 그런 시나리오들이 너무 반갑고 좋더라. 또 그런 시나리오가 온다면 외면하고 싶지 않다. -할리우드 활동 계획은 아직 미정이다. =이상적으로는 여기서 반, 할리우드에서 반 하고 싶지만 현실적으로 안 된다. 스튜디오 미팅을 다녀보면 거기서 살고 있는 배우와 간혹 한번씩 오는 배우와는 대우가 다르다. 아시아 배우들이 한번 출연하면 아예 거처를 그쪽으로 옮기는 경우가 많은데 지켜보니 이해가 되더라. 기왕 시작한 거 가서 한번 부딪쳐보라는 충고도 있고, 나도 한번 부딪쳐볼까 싶기도 한데 그러기에는 자국의 언어로 표현할 수 있는 좋은 작품들이 너무 많다. 결국 모든 게 내 선택이겠지만, 욕심내서 억지로 끼워맞추거나 압박감을 갖지 않고 판단하려고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