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서 가장 달콤했던 선택이 있었다면 그건, 배우라는 이름을 선택했던 바로 그 순간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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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SS인터뷰]이병헌 "뒤통수 치는 깨달음...지독히 쓸쓸"
등록일 2017-02-28 조회수 1438
IMG_7112이병헌 싱글라이더
 
[스포츠서울 조성경기자] “지독하게 쓸쓸했다.” 

지난 22일 개봉한 영화 ‘싱글라이더’(감독 이주영)에 나선 배우 이병헌은 이번 영화에 대해 “내 인생에서 손에 꼽는 시나리오였다”, “누군가에게는 인생영화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만큼 생각하게 하는 지점이 많은, 울림이 큰 영화다.

영화는 성공을 목표로 앞만 보고 달려온 증권사 지점장 강재훈(이병헌 분)이 부실채권 사건으로 모든 걸 잃고, 가족이 있는 호주로 떠나지만 또 다시 충격적인 사실을 맞닥뜨리는 스토리. 살면서 놓치는 소중한 것들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하는 이야기라는 점에서 이병헌은 “뒤통수를 치고, 깨달음을 주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반전 때문이 아니라 이 영화가 주는 이야기가 앞만 보고 주변의 소소한 행복을 놓치고 사는 모든 사람들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자기 자신에 대해 한 번쯤 생각해 보게 될 것 같다.” 
IMG_7137이병헌 싱글라이더
 
이병헌에게는 어떤 특별한 깨달음이 있었을까. 그는 “이 시나리오를 5개월동안 미국에서 영화를 찍고 있고, 또 앞으로 ‘마스터’를 찍기 위해 필리핀에서 수개월 있어야 하던 때에 만났다. 그때 나는 계속 가족과 떨어져 지내야했다. 그래서 굉장히 아이러니하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살면서 놓치기 쉬은 소중한 것으로 이병헌은 ‘가족’을 꼽았다. 

그런 이병헌은 “미래의 목표라는 게 얼마나 대단한것인지 모르겠지만, 내가 아이와 함께 하지 못하는 것은 내가 얻을 수 있는 어마어마한 긴 행복을 포기하는 모험일 수도 있다. 그래서 나 스스로 기러기 아빠가 될 수 있다는 상상은 해보지 않았다”고 밝혔다. 

스포일러가 되지 않기 위해 말을 아끼면서도 충격적인 반전에 대해서는 “처음 시나리오로 읽었을 때 놀라기도 놀랐지만, 지독하게 쓸쓸한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그러한 공허함을 느낀 이유도 이병헌은 자신의 잘못만은 아닌 일에 일말의 책임을 져야하는 사건 때문에 결국 나락으로 떨어지게 되는 강재훈의 삶에 깊이 공감하기 때문이었다. “사실 재훈은 악역도 아니고 이렇게 엉망으로 만들려고 한 것도 아닌데, 이런 상황까지 왔다는 데에 자책감이 든 것 같다”고 한 이병헌은 “나는 재훈의 심리적인 상태가 너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졌다. 감정이 극에 달하다보면 화가 나고 온몸에 열이 나는 상황이 될 수도 있지만, 나는 전혀 반대의 상황으로 완전히 놔버리는 쪽”이라고 밝혔다.

그렇다 하더라도 강재훈과 이병헌이 결정적으로 다른 점은 가장 힘든 순간 바닥까지 떨어진 자신을 잡아주는 가족이 곁에 있었다는 점이다. 이병헌은 “대부분 다 그렇겠지만 힘들 때 가족이 가장 큰 힘이 된다”고 말했다.  
IMG_7027이병헌 싱글라이더
 
인터뷰를 통해 가족에 대한 소중함과 고마움을 이야기하는 이병헌은 사실 바쁜 활동으로 가족과 함께 지내는 시간이 아주 많지는 않다. “몸을 둘로 쪼갤 수 없으니까 틈틈이 같이 있고, 같이 지낼 수 있을 때에는 아이와 놀아주는 것에 시간을 가장 많이 할애한다”고 말하는 이병헌의 목소리가 쓸쓸할 수밖에 없었다. 

이병헌에게 아들이라는 존재가 이번 영화에서 감정을 폭발하는데 큰 몫을 하기도 했다. “각 작품마다 나를 깨고 나오게 하는 장면들이 있다. 그 순간은 아주 묘한 카타르시스를 느끼기도 하고, 그런 순간들이 연기적으로 깨달음이 있는 지점이지 않을까 한다”고 말하던 이병헌은 “이번 영화에서도 있었다. 계속 주변을 지켜보고 배회만 하다가 아들이 응급실에 가니까 처음으로 직접 가서 말을 하는 장면이었다. 내가 아이가 없었을 때에는 느끼지 못했을 감정이고, 내 경험에서 나오는 감정일 것 같은데, 그렇게 강하게 느낀 순간이 있었다”고 했다.  

‘싱글라이더’는 최근 몇년간 스케일 큰 범죄물과 액션물만 하던 이병헌이 영화 ‘번지점프를 하다’ 이후 16년만에 다시 도전한 감성영화로, 이병헌은 그 안에서 가족, 그리고 아버지의 감성을 한껏 표현했다. 그런 만큼 앞으로의 행보에도 새로운 도전이 있지는 않을까. 이에 대해 이병헌은 “개인적으로 장르에 대한 욕심은 없다. 100% 코미디라고 하면 겁도 나고 모르겠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재미있는 영화를 좋아한다. ‘내부자들’처럼 다른 이야기를 하면서 그와중에 많은 사람들이 웃을 수 있는 영화, 블랙코미디라든가, 휴먼드라마인데 그 안에서 많이 웃을 수 있는 드라마, 그런게 개인적으로 좋은 거 같다”고 했다. 실제로도 이병헌은 차기작으로 ‘그것만이 내 세상’을 선택, 한물간 복싱선수인 형과 지체 장애가 있는 천재 피아니스트 동생이 사연 많은 엄마를 통해 화해하기까지 벌어지는 과정을 그리는 휴먼드라마를 펼칠 예정이다.  

이병헌은 배우 하정우와 함께 이번 영화의 공동제작자로 나서기도 했다. 하정우처럼 영화 감독으로서 나서고 싶은 욕심도 있을 수 있다. 이병헌은 “능력이 된다는 판단이 생기면 하고도 싶다. 하고 싶은 마음과 과연 할 수 있을까 하는 자신감은 같이 따라가지 않는다. 굉장히 부럽다. 연출을 하는 배우들.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는 것에 대해 박수를 쳐주고 싶다. 쉽지 않을 텐데. 생각은 누구나할수 있지만 다들 이행은 못 한다. 대단한 것 같다”면서 연출은 아직은 동경의 대상으로만 이야기했다.

그러면서도 “만약에 이야기를 만들게 되면 아주 막연하지만 판타지가 아닐까. 내가 개인적으로 판타지 좋아한다. ‘번지점프를 하다’ 정도의 판타지를 좋아한다”고 밝혔다.
cho@sportsseoul.com 


사진| 워너브러더스 제공 

원문보기:
http://www.sportsseoul.com/news/read/487234#csidxc4c601f5f1566ca9dfe9435d4342b6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