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서 가장 달콤했던 선택이 있었다면 그건, 배우라는 이름을 선택했던 바로 그 순간 이었습니다.
인생에서 가장 달콤했던 선택이 있었다면 그건, 배우라는 이름을 선택했던 바로 그 순간 이었습니다.
제목 [인터뷰] ‘남한산성’ 이병헌 “결국 인간이 중요하다는 이야기였죠”
등록일 2017-10-31 조회수 326
명실상부 흥행보증수표 배우 이병헌이 범죄 오락 영화 '내부자들'과 '마스터' 이후 그와는 결이 다른 '싱글라이더'로 관객의 마음을 후벼 파더니 '남한산성'으로 또 한 번 묵직한 울림을 안겼다. '광해, 왕이 된 남자' 이후 5년 만에 선보이는 정통사극 '남한산성'(감독 황동혁)에서 이병헌은 목숨을 위해 치욕도 견뎌야한다고 주장하는 최명길로 분해 눈빛과 대사만으로 비통함과 참담함을 담아냈다. 
"시나리오가 너무 좋고 힘이 있어서 캐릭터도 잘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시나리오의 완성도가 엄청났기 때문에 시나리오에 형상화 된 최명길을 제가 입체화시키기만 하면 되겠구나 생각했어요. 제가 시나리오를 읽으면서 느낀대로 최명길이라는 인물을 고스란히 담아서 연기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이병헌은 인조에게 순간의 치욕을 견디고 나라와 백성을 지켜야 한다며 청과의 화친을 주장하는 이조판서 최명길 역을 맡았다. 최명길은 여러 가지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상황에서도 차분하고 냉정하게 자신의 신념을 전하며 상대를 설득하는 캐릭터다. 이병헌은 자신이 생각하는 최명길에 대해 무서우리만큼 이성적인 사람이라고 말했다. 
"그가 무서운 사람이라고 생각한 게 김상헌의 말에 지지하기도 하고 후반에는 인조에게 김상헌은 유일한 충신이니까 버리지 말라는 말을 해요. 상헌을 앞에 놓고 피 토할 듯이 싸워도 그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사람인거죠. 어떤 면에서는 무서우리만큼 이성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남한산성'은 '혀의 전투'라고 할 만큼 청과 화친할 것인가 맞서 싸울 것인가를 두고 최명길과 김상헌이 한 치의 물러섬도 없이 첨예하게 맞서는 과정을 치밀하게 묘사했다.
"첫 시나리오 읽은 뒤 어떻게 이렇게 절묘하게 힘을 분배하고, 제가 왕이라도 누구의 편을 들어주지 못할 만큼 똑같이 옳은 이야기를 할까 신기했어요. 그게 이 시나리오의 가장 큰 힘이자, 위험이라고 생각했어요. 간신처럼 감정이입이 백번은 왔다 갔다 하게 되는 게 이 영화거든요. 누구 하나 맞다하다가도 30초 만에 저거지 라며 또 마음이 바껴요. 이건 선택이 중요한 영화가 아니더라고요. 소신이 중요하지만 정치색이 뭐가 중요한가, 결국 인간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생각해요." 
이병헌은 김상헌과 최명길을 둘 다 이해한다고 하면서도 조금 더 기우는 쪽은 최명길이라고 했다. 최명길은 소신이 굉장히 강한 인물로, 치욕을 감수하고 후일을 도모하자고 주장하는 쪽이다. 
"'백성들은 죄가 없다. 백성을 버리지 마소서'라는 대사의 울림이 컸어요. 최명길이 대표적으로 하고 싶은 말일 거라고 생각해요. '임금이 오랑캐 다리를 기어서 가더라도 백성을 살릴 수 있다면 해야 한다. 명분이 중요한 게 아니다'라는 말은 저뿐만 아니라 관객에게도 설득력 있게 다가가는 부분일 거라고 생각해요." 
"이 영화는 관객들에게 답을 주는 작품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누가 옳은가에 대한 것을 보여주는 영화는 아니거든요. 아이러니 한 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최명길 편이 많지 않을까란 생각이 든다는 점이예요. 400년 전, 그 때 시대에 태어난 최명길은 혼자 역적으로 몰려요. 그런 시대적인 상황에서 신중하게 선택한 소신이었잖아요. 우리가 사는 현실과도 맞닿아 있는 부분이 많죠. 작품을 하면서 어떤 시대를 타고나 어떤 생각을 하느냐 역시 중요하단 생각이 들어요. 절대적인 진리는 없더라고요." 

배정희 기자 qazwsx6789@asia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