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서 가장 달콤했던 선택이 있었다면 그건, 배우라는 이름을 선택했던 바로 그 순간 이었습니다.
인생에서 가장 달콤했던 선택이 있었다면 그건, 배우라는 이름을 선택했던 바로 그 순간 이었습니다.
제목 [★FULL인터뷰]이병헌 이 나이에 브레이크댄스를!
등록일 2018-01-05 조회수 738

[★FULL인터뷰]이병헌 "이 나이에 브레이크댄스를!"

영화 '그것만이 내 세상'의 배우 이병헌 인터뷰


이병헌(48)의 신작 그것만이 내 세상'(감독 최성현·제작 JK필름)은 기댈 곳 없이 살아온 전직 복서가 오래 전 곁을 떠났던 어머니와 재회하고, 장애를 지닌 피아노천재 동생을 만나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허허실실 코미디이자 눈물 쏙 빼는 휴먼드라마, 아름다운 음악영화다.

형 이병헌, 동생 박정민, 엄마 윤여정이 세 축을 맡은 이 영화에서 이병헌은 함께하는 두 사람을 든든히 지탱하는 동시에 주어가 되어 이야기를 풀어간다. 거울 한 번 안 볼듯한 비주얼에 온몸 가득 품은 허당기로 능청을 떨면서도 상처를 딛고 가족을 품어낸다. 영화의 무게, 캐릭터의 카리스마를 훌훌 털어내도 '역시 이병헌'이 남는다.

-더 일상적인 캐릭터가 먼저 눈에 띈다.  

▶일상적인 캐릭터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한 건 아니다. 절대로. '남한산성' 다음에 또 각 잡고 무게 있는 캐릭터, 그런 인물이 나오는 이야기가 제 마음을 울렸다면 또 그런 연기를 하게 됐을 것이다. 하지만 제가 어떤 캐릭터를 해야 되겠다, 캐릭터가 마음에 들었다기보다 전체 정서나 이야기가 마음에 들면 결정하게 된다. 캐릭터는 그 다음 걱정이라고 생각이 된다. 이야기가 주는 힘이라든지 정서가 나를 움직이면 나머지 것들에 대한 걱정은 그 다음이다. 어떤 캐릭터를 만나느냐는 큰 문제는 아니다. 어떤 정서의 이야기를 하느냐가 문제다.

-그럼 어떤 정서가 마음을 울렸나. 

▶영화를 좋게 보셨다면 같은 마음일 것이다. 영화가 되게 울림이 있고 따뜻했고 보는 내내 즐거움이 있었다면. 저도 시나리오를 보며 많이 키득거리고 따뜻하고 감동을 받아서 좋았다. 그런데 캐릭터도 좋았다. 조하가 가지고 있는 그만의 정서가 좋았다.

-브레이크 댄스를 추는 장면이 눈길을 끌었다. 과장되게 느껴질 수도 있는데 어떻게 톤을 조절했나. 

▶첫 부분에 찍었다면 감독님과 이야기해서 수위조절을 해서 몸을 사렸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작품 초반부에 캐릭터를 정확하게 내가 잡지 못하거나 분위기를 타지 못하면 자신감이 없어지기 마련이다. 수위를 넘는 것 아닌가, 위험한 것 아닌가 보수적으로 꺼려지는 경우가 많다. 제가 생각하기에 브레이크 댄스 추는 장면은 후반부다. 캐릭터나 이야기에 대해 자신감이 붙었을 때다. 그럴 때는 약간 파격적인 행동을 하면서도 조하는 이럴 수 있어'라는 믿음이 있기에 밀어붙일 수 있다.  

브레이크 댄스 추는 부분은 시나리오에 '갑자기 일어나 브레이크 댄스 추는 조하' 이렇게 써 있었다. '어떻게 할 수가 없구나, 해야되는구나' 생각했다. 다만 직전에 싸이의 뮤직비디오가 나와서 영화를 보다가 갑자기 영화에서 빠져나와서 싸이 뮤직비디오에 출연한 이병헌을 떠올리면 안되는데 하고 생각했다. 

-춤 실력은 '선천적'인 거라고 했는데? 

▶저 고등학교 때 좀 놀았어요.(웃음) 제 생각에 브레이크댄스는 보통의 댄스보다는 리듬을 크게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다. 특히 한참 배울 때는. 그렇게 따지면 박치일 수 있다. 브레이크 댄스처럼 몸으로 기괴한 움직임을 하는 데 관심이 많았던 것 같다. 진짜 고등학교 2학년 때 수학여행을 갔을 때 브레이크댄스 장기자랑에 나갔다. 2등을 했다.

-현장에서도 웃겼을 것 같다. 비화는 없나? 

▶(박)정민이가 그 이야기를 하더라. 윤여정 선생님 웃으시는 건 이 영화에서 처음 보는 진짜 웃음이라고. 원래 대사가 없다. '다시 해봐, 너 잘한다' 이런 것들은 음악이 들어가기로 한 부분이라 애드리브처럼 나온 거였다. 선생님의 소리들이 진짜 날것 같은 느낌이 있었다. 다 애드리브다. 자꾸 시키시더라. 잠깐 하는 것도 난감했다. 스태프도 얼마나 놀랐겠나. 리허설도 없었고. 나름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쑥스럽지 않나. 이 나이에 브레이크 댄스를!

-아이디어도 많이 냈나? 

▶이 영화의 의상은 실제로 흔히 입는 의상이라 되게 편했다. 의상팀도 해진 느낌을 내서 입히지만 실제 내가 오랫동안 입었던 '추리닝' 바지나 반바지, 티셔츠 등이 어찌 생각하면 진짜 그 느낌이 나는 것 아닌가. 집에 있는 신에서는 실제 제 옷을 가져와서 입곤 했다.

-헤어스타일이 신의 한 수다. 

▶감독님과 이야기를 많이 했다. 조하는 하루하루 힘들게 먹고 살아가는 애 아닌가. 만화방에서 숙식하면서 전단지 돌리고 운 좋게 아르바이트 하면 스파링 파트너로 돈을 버는 처지다. 외모에 전혀 신경을 안 쓸 거라고 생각했다 

가장 편한 것 스포츠머리다. 깎으러 갔는데 우연찮게 윗머리부터 잘랐다. 그 모양새가 나쁘지 않은 것이다. 윗머리가 짧고 뒷 옆 머리가 남아있는 것이 왠지 모르게 조하 같았다. 셀카를 찍어서 감독님에게 보냈다. '조하입니다' 하시더라. 거기서 머리를 마무리하고 결정이 났다.

그런데 평상시 제가 다니기에 위화감이 있기는 하더라. 아는 사람들이 다 저를 보면서 '머리가 왜그래' 그랬다. 생소한 모습이고 수염도 거칠게 있고 하니. 촬영을 한참 하다가 심심해서 권투선수들 이미지를 보게 됐다. 박종팔 선수가 예전에 그 헤어스타일과 똑같은 스타일을 하고 있더라. 

-유행어가 된 '내부자들'의 '모히토 가서 몰디브 한 잔' 이후 애드리브에 대한 부담이 생기지는 않았나. 

▶저는 애드리브를 위험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평소 좋아하지 않고 안 하려고 한다. 작가의 의도와 생각을 믿으려 하기 때문이다. 늘상 이야기하지만 장르와 상황에 따라서는 애드리브 허용 여부가 달라진다. '남한산성' 같은 영화는 애드리브가 절대 허용되지 않는 종류의 영화고, '그것만이 내 세상'은 감독님이 곧 작가이기 때문에 감독님과 협의 하에 좋다고 서로 생각이 되면 충분히 할 수 있었다. 

-조하 캐릭터가 본인과 비슷하다고 했는데. 어느 부분이 그렇다고 느꼈나.

▶똑같지는 않다.(웃음) 약간 허당인 느낌들. 왠지 세 보이는 느낌이지만 그 사람이 관심갖지 않을 것 같은 부분에 빠져드는 것 같은 부분이 있다. 조이스틱을 잡고 게임에 이기고 싶어서 혼자 열 받아하고 게임에 빠져드는 부분 등이 비슷하다. 저도 실제로 게임을 많이 하지는 않지만 조이스틱을 집어드는 순간 약간 달라지는 부분이 있다.(웃음)

-'이런 연기가 주종목'이라고도 했는데. 

▶부연하자면, 세고 강렬하고 사이즈 있고 무게감 있는 캐릭터를 하다가 이렇게 완전히 풀어지고 힘 빠진 캐릭터를 연기하는 게 힘들지 않았냐는 질문이 있었다. 하다 보니 이게 내 주종목이었나 하는 생각이 들 만큼 편안하게 했다는 이야기를 했었다. 영화 장르나 배경이나 이야기가 워낙 주변에서 간접경험 할 수 있는 현실에 붙어있는 이야기고 감정들이라 훨씬 더 상상에 맡기지 않고 내가 느껴봤던 감정을 무리고 연기하기 때문에 좀 더 편안하게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도 이런 캐릭터들을 연기하는 것을 재미있어 한다.

-동네 형이 된 이병헌이 참 오랜만이긴 하다.  

▶맞다. 이전에 드라마 했을 때 이런 캐릭터들을 맡았던 적이 있다. '해피투게더'의 태풍 같은. 그 친구도 운동했던 야구선수 출신이고 상황이 비슷한데 약간 문제가 있어서 운동을 그만두고 그런 캐릭터였다. 아 표절인가?(웃음) 암튼 그랬다. 연관짓지 말아달라.(웃음)

-박정민을 극찬했다. 어떤 매력에 빠진 건가.  

▶누구나 걱정했을 것이다. '말아톤'의 조승우가 너무 잘 했고, 누가 해도 비교될 수밖에 없고 잘 해도 '잘 따라했다' 평가받을 수 있다. 그런데 자기만의 해석과 연기 디테일로 사랑스러운 캐릭터를 만들어내는 모습을 보면서 놀랐다. 또 깜짝 놀랐던 건 정말 불가능하다고 했던 피아노 연주 신이다. 감독님께도 정민이에게도 불가능하다고 했다. 피아노에 몰두한 나머지 연기에 신경을 못쓰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있었는데 그 두 가지를 다 잡는 걸 보면서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특히나 후반작업이 끝난 상태의 영화를 보면서 다시 한 번 감탄했다.

특유의 손놀림이 있다. 레디 액션을 하기 전 이미 그 손놀림을 하고 있는 걸 봤다. 이 친구가 캐릭터에 젖어들어 가고 있구나. 몸이 정신이 준비하고 있구나 하는 걸 느끼면서 굉장히 좋은 자세를 가진 친구라는 생각을 했다.  

-'미스터 선샤인' 드라마 촬영장에서는 후배 김태리와 호흡을 맞추고 있다.

▶촬영을 시작했고, 김태리와는 하루 촬영을 같이 했다. 어떻다고 말하는 것이 맞는지 틀리는지 모르겠다. 김태리 박정민도 그렇고 '협녀'에서 같이 한 김고은도 그렇고 요즘 눈여겨보는 젊은 배우들이 있지 않나. 다르다고 생각하는 한 가지를 굳이 꼽자면 '대범함' 같다. 어느 상황에서도 '절지' 않는다. 평소에는 아주 예의바르고 선배 앞에서 어려워하더라도 카메라 앞에서는 자기가 하려는 걸 탁 보여주는 대범함이 있더라. 저희 어렸을 때와 다르다. 멋있다.

-드라마에서는 어떤 모습이 등장하나? 

▶솔직히 말하면 감이 안 잡힌다. 촬영을 한 4일 정도 했다. 내 모습이 어떤 모습으로 나올지 감이 잘 안 온다.  

-김은숙 드라마 하면 오글거리는 명대사 아닌가. 해 보니 어떤지.

▶지금 손이 안 펴진다.(웃음) 아직은 잘 모르겠다.  

-나이 차 있는 남녀의 로맨스에 대한 비판적인 시선도 있다.

▶작가와 PD의 생각으로 모든 캐스팅이 이뤄지고 그들 나름의 생각이 있다고 생각한다.

-윤여정과의 호흡은 어땠나.  

▶윤여정 선생님은 '직설화법'이라고 하나, 통쾌하게 날리는 화법을 가지고 계신 분이다. 시원하다고 느끼기도 하고 '세시다' 하고 느끼기도 한다. 반면에 아주 여성스럽고 하는 면이 있다. 다른 두 부분이 공존하는 분이다. 그런 매력을 지닌 분이다. 그리고 그 연세에도 여전한 매력을 지닌 분이다. 

늘 노력하시고 발버둥치신다는 생각이 든다. 유독 엄마 캐릭터가 감정을 많이 드러냈다. 촬영장에서 보면 순간적으로 몰입하는 모습이 보통의 열정으로 안 된다고 생각한다. 순간순간 몰입하면서 감정을 연기해내는 걸 보면서 정말 대단하시다 생각했다. 그렇기 때문에 긴 배우 생활을 하셨음에도 여전히 사람들이 원하는 배우가 되고 지켜보는 배우가 되는 것이 그래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오래 연기했는데도 늘상 새롭고 긴장되나? 

▶선배님들이 그런 말씀 하시지 않나. 정말 공감이 된다. 저건 너무 형식적인 멘트 아닌가 할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매번 할 때마다 긴장감과 고민은 그 형태가 다를 뿐 그 크기는 다르다고 생각한다. 어떻게 생각하면 사람의 성격 차이일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대부분은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소위 연기천재 이병헌이 그런 말을 하니 새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