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서 가장 달콤했던 선택이 있었다면 그건, 배우라는 이름을 선택했던 바로 그 순간 이었습니다.
인생에서 가장 달콤했던 선택이 있었다면 그건, 배우라는 이름을 선택했던 바로 그 순간 이었습니다.
제목 [인터뷰②]이병헌이, ‘충무로 톱’ 이병헌에게 내린 평가
등록일 2018-01-18 조회수 937
“가족 그리고 영화, 내 인생의 모든 것”
“‘연기신’? 충무로에 너무 많아 부담감 NO”


충무로의 정상이자 자타공인 ‘연기신’으로 불리는 배우 이병헌, 그는 자신을 어떤 배우로 평가할까. 그리고 어떤 행복을, 삶을 꿈꾸고 있을까.

이병헌은 최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한 영화 ‘그것만의 내 세상’ 인터뷰에서 “‘연기신’ ‘연기 본좌’ 등 배우가 들을 수 있는 최고의 수식어와 찬사를 휩쓸고 있다. 이번 영화에서도 마찬가진데 소감이 어떤가”라는 질문에 “요즘 충무로에 ‘연기신’이 너무 많아서 크게 부담감을 가지지 않으려고 한다. 그냥 격한 칭찬, 응원이라고 생각하고 감사한 마음으로 즐기려고 한다”고 재치 있게 답했다.

이어 “처음엔 그런 민망한 단어를 듣고 너무 놀랍고 충격적이었는데 워낙 많은 배우들에게 그런 별칭이 붙고 있더라. 워낙 연기력이 좋은 배우들이 많아서 이런 단어가 생겨난 것 같아 오히려 재미있고 신기할 따름”이라며 미소 지었다.

또한 “스스로 생각하기엔 ‘이병헌’이라는 배우를 어떻게 평가하고 싶은가”라는 질문에는 “너무 어렵다. 다만 아직도 배울 게 너무나 많다는 것은 확실하다”며 머쓱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면서 “이번 영화와 연관을 지어 이야기를 해보자면, 그 어느 때보다 배우고 느끼는 게 많았다. 스스로 ‘정신 차려야겠다’는 생각이 자주 들더라”라고 말했다.

“오랜 시간 배우의 삶을 살아 왔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큰 사랑을 받고 계신 윤여정 선생님과 신인이지만 순식간에 많은 사람들의 인정을 받고 다크호스로 떠오른 박정민이라는 후배 사이에서 수시로 묘한 기분(?), 깨우침 같은 걸 느꼈던 것 같아요. 촬영하다 문득 문득 ‘진짜 정신을 차려야 겠다’는 생각이 스쳐갔죠.”

잠시 생각에 잠긴 그는 “기본적으로 흘러가는 대로 내버려두는 스타일이다. 더 올라가든, 내려가든, 머물러있든 그것이 무엇이든 집착하지 않고 흘러가는 대로 자연스럽게 두는 게 가장 마음이 편한 것 같다”고 말했다. “시간은 흐르고 세상은 변하는데 나의 위치가 어디 있느냐, 나에 대한 평가가 어떤가는 내 의지와는 상관없기 때문에 그저 내 앞에 펼쳐지는 대로 받아들이는 편”이라고 덧붙였다.

“무언가를 잡으려고 하면 할수록 인생이 더 어려워지는 것 같아요. 기대가 크면 실망도 충격도 큰 법이고, 어떤 상황은 미리 대비하고 의지를 굳건히 세운다고 해도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일종의 ‘운명론자’ 같아요. 보이지 않는 큰 ‘나의 그래프’는 이미 그려져 있는데,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영역에 대해 혼자 환호하거나 혹은 좌절하고 이런 게 무슨 소용이 있나 싶죠. 노력의 여부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것과는 별개로 이뤄지는 무언가는, 운명은 있다고 믿어요.”

끝으로 “그럼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건 무엇이냐”라고 물으니 “가족, 그리고 영화”라고 답했다.

“지금 제 인생에선 가족, 그리고 영화가 중요한 것 같아요. 두 가지 모드를 동등하게 가져갈 수 있을 지, 그게 가능할 지는 모르겠지만 반드시 함께 가져가야 할 것이죠. 저를 가장 행복하게 만드니까요. (웃음)”

영화 ’그것만이 내 세상’은 주먹만 믿고 살아온 한물간 전직 복서 ‘조하’(이병헌)와 엄마만 믿고 살아온 서번트 증후군 동생 ‘진태’(박정민), 살아온 곳도, 잘하는 일도, 좋아하는 것도 다른 두 형제가 난생처음 만나 펼쳐지는 이야기를 담는다. 평범한 가족 극으로 시작된 영화는 배우들의 열연과 아름다운 음악, 감독의 재치와 따뜻한 시선이 어우러져 신파의 신세계를 열며 비범하게 완성된다. 17일 개봉, 극장에서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한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