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서 가장 달콤했던 선택이 있었다면 그건, 배우라는 이름을 선택했던 바로 그 순간 이었습니다.
인생에서 가장 달콤했던 선택이 있었다면 그건, 배우라는 이름을 선택했던 바로 그 순간 이었습니다.
제목 이병헌 "연기의 신? 현장에서 시나리오 자주 안 봐"
등록일 2018-12-27 조회수 1070
[스포츠조선닷컴 정안지 기자]

"호기심이었어요. 할리우드에 처음 가게 된 건. 많은 사람들이 남자라면 야망과 목표가 있어야 한다고 말하지만 전 정반대예요. 오히려 야심이 너무 없어요. 인터뷰할 때마다 당황스러울 때가 목표가 뭐냐고 질문 받을 때예요. 저는 없다고 해요. 있었던 적이 없어요. 목적지도 없고요. 저도 원래가 그런 성향의 사람이지만 배우라는 직업은 그런 목표가 무의미한 것 같아요. 저도 저를 놓아버리는 순간부터 지금까지 계속 어딘가로 떠밀려가고 있는 것 같아요. 그냥 가는 거예요. 갈 수 있는 데까지." 배우 이병헌의 이름 앞엔 언제나 글로벌 스타, 할리우드 배우, 연기의 신, 대배우 같은 수식어 붙기 마련이다. 후배 배우들이 가장 함께 연기해보고 싶어하는 동경하는 선배이면서 동시에 함께 연기하는 걸 가장 두려워할 만큼 압도적인 연기력을 보여주는 존재. 그런데 정작 대배우 이병헌은 대단한 목표나 뚜렷한 야심을 갖고 지금까지 걸어온 게 아니라 그저 가볼 수 있는데까지 나아갔던 것뿐이라고, 자신의 배우 인생을 설명했다.

이병헌은 2018년 최고의 화제작 '미스터 션샤인' 이후 처음으로 '에스콰이어 코리아'와 특별한 커버인터뷰를 가졌다. 파인워치 메이커 예거 르쿨트르의 브랜드 앰버서더로서 활약하고 있는 이병헌은 2019년 1월호 '에스콰이어' 커버 촬영을 통해 폴라리스와 리베르소 등 예거 르쿨트르의 대표적인 제품들을 우아하게 표현해냈다.

또한 '에스콰이어'와의 단독 인터뷰에선 '미스터 션샤인'에 얽힌 숨겨진 뒷얘기와 연기에 대한 진심과 인간적인 고뇌까지, 특유와 위트와 솔직함으로 털어놓았다.

이병헌은 지극히 치밀하게 캐릭터를 연기하는 '연기의 신'이라는 평가에 대해선 이렇게 답했다. "제가 현장에서 시나리오를 자주 안 보는 게 되게 의외라고 얘기들 해요. 저는 영화도 그렇고 드라마도 그렇고 처음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정서를 이해하고 캐릭터의 형태를 잡고 나면 그걸 파고들려고 하지는 않아요. 자꾸만 파고들면 절제를 못하는 순간이 있거든요. 그런데 정서를 갖고 있으면 어떤 대사를 줘도 그 캐릭터로 말할 준비가 돼요. 또 그래야 유연해져요. 막 파고들어서 계산하면 어깨가 굳어서 움직일 수가 없어요. 그래서 연기에서는 순발력이 중요한 것 같아요." 그래서 이병헌은 '연기를 잘 한다'는 것보단 '센스가 있다'는 표현을 즐겨 쓴다고 설명했다. "준비라는 게 다른 게 준비가 아니에요. 그 캐릭터를 마음 속에 갖고 있는게 진짜 준비예요. 대사 몇 번 틀리면 다시 가면 돼요. 그 캐릭터를 갖고 이승면 작가가 써준 대사보다 더 좋은 애드리브가 나올 수도 있는 거예요." '내부자들'의 유명한 애드리브인 "모히또 가서 몰디브나 한잔 할까" 역시 안상구라는 인물의 정서를 갖고 유연하게 연기한 이병헌의 센스가 만들어낸 결과였던 셈이다.

이병헌은 상대 배우가 연기를 잘 할수록 더 잘 하게 된다고 말했다. "어떤 기자 분이 상대 배우가 너무 연기를 잘 하면 부담스럽거나 꺼려지지 않느냐고 묻던데 저는 정반대예요. 연기 잘하는 사람과 할수록 좋아요. 또 그래야 작품도 좋아져요." '남한산성'에서 김윤석과 박해일과 3각 균형을 이뤘던 순간을 예로 들었다. "더더욱 그 균형이 깨지면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야 그 영화가 산다고요. 만약에 윤석 선배보다 제가 약해 보였다면 후반에는 저를 살리려고 더 세게 저를 부각시키는 편집을 해야하고 그러다 보면 전체적인 균형이 무너져요. 결국 현장에서 배우들이 최선의 최선을 다해야 영화가 사는 거였죠."

반면에 이젠 후배 배우들이 자신의 기에 눌려서 실수하지 않도록 배려하는 법도 배웠다고 얘기했다. "배우들은 예민해서 상대방이 제 앞에서 심하게 떨고 있다는 게 고스란히 느껴질 때가 있거든요. 현장에서 선후배의 예의를 넘어서서 그런 떨림을 느껴질 때가 있어요. 처음에는 저도 그런 떨림을 잘 몰랐어요. 그걸 간과하고 넘어갔었죠." 그런데 이병헌 본인도 '미스컨덕트'에서 명배우 알 파치노와 연기할 때 그런 긴장을 느낀 뒤로 상대 배우의 떨림을 이해하고 배려심을 배우게 됐다고 털어놓았다. "알 파치노 앞에서 제가 떨어버린거죠. 갑자기 긴장해버린 거죠. 대사도 몇 마디 안 되니까 정말 술술 나올 정도로 연습을 했는데 그 순간이 되니까 그 대사마저 기억이 안 나는 거예요. 제가 너무 당황스러워서 한국말로 '죄송합니다' 이렇게 말했던 것 같아요. 그때 알 파치노가 복화술을 하듯이 계속 '다시 해. 괜찮아' 라고 하더라고요." 이병헌은 덧붙였다. "제 상대 배우도 자기 걸 온전히 보여줘야 되는데 저 때문에 자기가 준비한 것의 반밖에 못 보여주면 얼마나 속상하겠어요. 그렇다고 제가 알 파치노라는건 아니지만. 그 이후부터는 후배들한테 일부러 농담도 많이 하고 그래요. 미리 맞춰보기도 하고."

이병헌은 한국과 할리우드를 오가며 수많은 작품에서 무수한 배우들과 연기 내공을 겨루면서 강해져 온 배우다. 상대 배우가 강할수록 더 막강한 연기력을 보여줘왔다. 이병헌이 연기의 신이라고 불리는 이유다. 김은숙 작가와의 만남으로 화제를 모았던 '미스터 션샤인'에서 다시 한번 연기력을 입증했다. 이병헌은 '에스콰이어'와의 인터뷰에서 강함 뒤에 숨겨진 내면의 연약함과 그걸 통해 배운 상대에 대한 배려를 말했다. 그렇게 자기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며 호기심에 이끌려 자신도 모르는 미지의 작품으로 나아가는 배우 이병헌의 여정을 이야기했다.

이병헌은 현재 우민호 감독과 영화 '남산의 부장들'을 촬영하고 있다. 화제작 '미스터 션샤인' 이후 거의 쉬지도 않고 촬영에 들어간 차기작이다. 이 밖에도 하정우와 출연하는 '백두산' 촬영도 준비하고 있다. 그야말로 쉴새 없이 작품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이병헌은 말했다. "지금은 다작 배우처럼 예전에는 왜 요즘 작품 안 하느냐는 질문을 정말 많이 받았어요. 제가 돌다리를 너무 심하게 두들겨서 돌다리가 무너질 정도였거든요. 작품 하나만 들어오면 한 달 이상은 고민하다가 웬만하면 안 하는 쪽으로 결정. 그러다가 어느 순간 저를 유지하던 끈을 하도 잡아당겨서 툭 끊어져버린거죠. 그때부터 모험이 시작됐던 것 같아요." 도대체 어떤 작품부터 이병헌이 좀 더 과감하게 선택하고 도전하게 됐는지, 김은숙 작가와 '미스터 션샤인'의 주인공 유진 초이에 관해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 등 더 많은 숨은 이야기들은 '에스콰이어' 2019년 1월호 커버스토리를 통해 직접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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