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서 가장 달콤했던 선택이 있었다면 그건, 배우라는 이름을 선택했던 바로 그 순간 이었습니다.
인생에서 가장 달콤했던 선택이 있었다면 그건, 배우라는 이름을 선택했던 바로 그 순간 이었습니다.
제목 [칸 인터뷰①] 이병헌 "韓영화 위상 달라져, 자부심 느낀다"
등록일 2021-07-17 조회수 442


[칸(프랑스)=아시아경제 이이슬 기자] 배우 이병헌이 달라진 한국영화의 위상을 실감한다며 "국내 콘텐츠를 향한 신뢰도가 높아졌음을 체감한다"고 말했다.

이병헌은 17일(현지시각) 프랑스 남부도시 칸의 한 호텔 레스토랑에서 아시아경제와 만나 제74회 칸 국제영화제에 참석한 소감과 한국인 배우 최초로 폐막식 시상자로 나서는 각오를 전했다.

올해 칸 영화제는 여러모로 특별하다. 2019년 제72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한국 영화 최초로 황금종려상을 받은 '기생충'의 주역 송강호가 남자 배우 최초 심사위원으로 나서고, 이병헌이 시상자로 폐막식 무대에 오른다. 영화감독 박찬욱이 시상에 나선 적은 있지만, 국내 배우 최초 쾌거다. 올해 개막식에서 봉준호 감독이 한국어로 개막을 선언하고 이병헌이 폐막식에서 문을 닫는 역사적인 영화제로 기억될 것이다.

이날 이병헌은 "깜짝 놀랐다. 봉준호 감독님이 오프닝 멘트를 하고 송강호가 심사위원 중 한 사람이라니. 제가 시상을 하고. 그런 부분에 있어서 여기가 칸인지 한국인지 모르겠더라"며 영화제를 찾은 소감을 재치 있게 전했다.

이병헌은 사실 올해 칸 영화제가 예정대로 개최될지 예상할 수 없었다고 했다. 그는 "처음 초청 소식을 접하고 칸에 갈 수 있을까 반신반의했다. 다행히 백신을 맞았고 걱정스러운 마음을 안고 왔는데 도착해서 깜짝 놀랐다. 그림 같은 하늘이 펼쳐지고 행복해 보이는 사람들의 얼굴이 비현실적이라는 느낌을 받았다"고 떠올렸다.

그러면서 "시차도 안 맞아서 몽롱한데다 비현실적인 풍경에, 현실과 비현실을 왔다 갔다 하며 칸에서의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며 여유로운 미소를 보였다.

이병헌은 제58회 칸 국제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에 초청된 '달콤한 인생'(2005) 주연배우로 처음 칸 레드카펫을 밟았다. 그는 칸에서 당시를 떠올리며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당시 기자회견 때 촬영한 사진을 게재하며 남다른 감회를 전하기도.



처음 칸에 온 날을 기억하냐고 묻자 그는 "'달콤한 인생' 미드나잇 스크리닝 상영이 끝나니 새벽이었지만 우리끼리 술을 한 잔 안 할 수는 없었다. 술을 마시고 잠이든지 얼마 안 됐는데 매니저가 나를 깨우더라. 지금까지 함께 일하고 있는 미국 매니지먼트인 CAA에서 연락이 왔다더라. 처음 미팅을 해서 계속해서 일을 해왔다. 그 인연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라며 남다른 감회를 전했다.

칸 황금종려상, 오스카 최초 4관왕에 빛나는 '기생충'의 영광은 하루아침에 이뤄진 것이 아니다. 이는 오랫동안 다수 한국 영화인들이 쌓아 올린 성취이자 눈부신 성과다. '기생충'이 있기 전에 이병헌이 있었다. 할리우드 진출 1세대로 활약하며 국제무대에서 본격적으로 인정받은 최초 배우다. '기생충'의 수상을 바라보는 이병헌의 감회가 남달랐을 터.

이병헌은 "당연히 부럽다"며 "집에서 라이브를 보며 환호성을 질렀다. 놀라운 상황이 연출됐는 데 정말 대단하다고 느꼈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나라 영화가 전 세계인들에게 얼마나 영향력이 큰지 생각하게 되니까 지금 하는 일에 대한 자부심을 크게 느끼며 연기해도 되겠구나. 우리 영화산업이 크면 나한테도 좋은 거고. 후배들한테는 더 좋은 게 아닌가. 전 세계인들에게 '한국 콘텐츠가 이런 거다'라는 걸 보여주는 시간이 아닐까. 이후 국내 콘텐츠에 더 관심을 두지 않을까. 예전을 떠올려보면 영화 마니아들이 멕시코 이나리투 감독 작품에 관심을 가졌다. 그런데 이제 멕시코 영화가 훌륭하다는 걸 우리가 모두 안다. 정말 훌륭한 감독님들이 많지 않나. 이제 우리 차례가 아닐까."

이병헌은 이번 칸 영화제 현장에서 한국 콘텐츠를 신뢰하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고 했다. 그는 "외신 기자들이 전작에 대해 깊이 이해하고 이야기를 해줬다. 아무리 영화 기자라지만 그 세상 모든 영화를 다 보겠나. 한국 콘텐츠에 대한 기본적인 신뢰가 있다는 걸 느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