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서 가장 달콤했던 선택이 있었다면 그건, 배우라는 이름을 선택했던 바로 그 순간 이었습니다.
인생에서 가장 달콤했던 선택이 있었다면 그건, 배우라는 이름을 선택했던 바로 그 순간 이었습니다.
제목 [칸 인터뷰③] 이병헌 "아빠되며 삶 변화, 세상이 아이 중심으로"
등록일 2021-07-17 조회수 452


배우 이병헌이 아들을 얻고 난 후 삶이 달라졌다며 각별한 의미를 부여했다.

이병헌은 17일(현지시각) 프랑스 남부도시 칸의 한 호텔 레스토랑에서 아시아경제와 만나 제74회 칸 국제영화제에 참석한 소감과 한국인 배우 최초로 폐막식 시상자로 나서는 각오를 전했다.

올해 칸 영화제는 여러모로 특별하다. 2019년 제72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한국 영화 최초로 황금종려상을 받은 '기생충'의 주역 송강호가 남자 배우 최초 심사위원으로 나서고, 이병헌이 시상자로 폐막식 무대에 오른다. 영화감독 박찬욱이 시상에 나선 적은 있지만, 국내 배우 최초 쾌거다. 올해 개막식에서 봉준호 감독이 한국어로 개막을 선언하고 이병헌이 폐막식에서 문을 닫는 역사적인 영화제로 기억될 것이다.

국내 최초 항공 재난 영화 '비상선언'은 칸 영화제에서 프레스 스크리닝(기자 시사회)를 통해 베일 벗었다. 현지에서 영화를 보고 나니 비행기를 타고 귀국할 걱정이 밀려들었다. "어떻게 다시 비행기를 탈지 걱정이다"라며 앓는 소리를 하자 이병헌은 "나 역시 비행기를 타고 올 때 그런 기분을 느꼈다. 약간 긴장되더라"며 "칸에 모인 영화인 중 비행기를 타고 집으로 돌아갈 때 두렵겠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내에서 개봉 후 4DX에서 보면 어떨까. 진짜 무서울 수도 있지 않을까. 기내에 있는 사람들의 심정이 확 와닿지 않을까"라고 추천했다.

'비상선언'은 이병헌, 송강호, 전도연을 비롯해 기내를 채운 수많은 배우 모두가 주인공이다. 그는 "한재림 감독님이 기내의 승객을 연기한 모든 배우를 오디션 보고 뽑았다. 모두 연극, TV, 영화 등 연기를 하는 배우들이다. 상황들이 굉장히 리얼한데, 모두 연기를 잘하는 배우들이기에 그런 감정이 크게 살지 않았나 싶다"며 공을 돌렸다.

이병헌은 '비상선언'에서 아이와 함께 비행기에 탑승한 승객으로 분한다. 그는 "아들이 일곱 살이기에 아이를 둔 사람들의 마음을 잘 안다. 그렇지만 과하게 그 지점을 보여준다면 거부감이 들 거라고 생각해 고민했다. 어떤 순간은 딸이 나를 보호해준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며 "아들을 둔 아빠라 딸을 대하는 감정을 완전히 알기는 힘들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병헌은 "(아빠인) 나의 삶도 변하고 있다. 세상이 그 애(아들)를 중심으로 돌아가는구나, 그게 가장 달라진 점이다"라고 말했다.

송강호와 이병헌은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2008)으로 함께 칸 영화제를 찾은 바 있다. 13년 만에 두 사람은 같은 작품에 출연한 동료로, 또 최초 심사위원과 시상자로 다시 칸에서 만났다.

이병헌은 "오랜만에 송강호 씨와 함께 한다고 해서 좋았다. 우리 영화가 얼마나 재미있어질지 기대도 됐다"며 '비상선언'을 통해 호흡을 맞춘 소감도 전했다.

막중한 부담감을 안고 칸 영화제에 머무르고 있는 두 사람. 그렇지만 동행한다는 것만으로 크게 의지가 될 터. 이병헌은 "정말 큰 힘이 된다"며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이어 "형이 많은 이야기를 해줬다. 심사위원으로서 겪는 여러 상황에 대해. 형도 처음 경험하는 게 아니냐. 새로운 이야기를 들으며 새롭게 알게 된 것들도 많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랑을 하는 것 같기도 하다"며 유쾌하게 축하를 전했다.

칸(프랑스)=이이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