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서 가장 달콤했던 선택이 있었다면 그건, 배우라는 이름을 선택했던 바로 그 순간 이었습니다.
인생에서 가장 달콤했던 선택이 있었다면 그건, 배우라는 이름을 선택했던 바로 그 순간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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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서로에게 닿을 지도 모를, 같은 마음들이 모여 있는 곳

제목 [놈놈놈상영회후기2] 병헌씨, 사랑합니다!
작성자 : 제비꽃 등록일 2009.07.23 조회수 5487

영화 속에서 당신의 말 타고 달리는 모습은, 만주 평야를 달리던 선조들을 불러낸 듯, 여러 번 보아도 역시 감동적이었습니다. 창이는 <놈놈놈>에서 없어서는 안 될 캐릭터라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습니다. 영화 구조상, 태구와 도원과의 대결로만 이야기를 짜게 된다면, 너무 단조로워질 수밖에 없고, 단지 보물지도를 빼앗기 위한 단선 구도로만 이야기가 진행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지도 외에도, 비록 잘못 알고 있는 것이었지만 도원에게는 창이가 손가락 귀신이기 때문에 잡아야만 할 이유가 있고, 창이에게는 태구가 손가락 귀신으로 자신의 손가락을 잘랐기 때문에 쫓아야만 할 필연적인 이유가 있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서로가 쫓고 쫓기는 삼각 관계가 형성될 수 있었던 것입니다.


당신이 관객과의 대화중에 말씀하신 것처럼, 김지운 감독님과 송강호씨가 몇 년 전부터 구상했던 것에 당신의 역할이 꼭 필요했던 것은 바로 이 이유에서 때문일 것입니다. 즉, 세 인물을 서로 입체적인 존재로 만들어 주는데 있어서 서로가 없어서는 안 될 역할이란 것입니다. 두 인물만의 추격전이라면 다른 소소한 에피소드들이 더 많이 짜여져야 할 것이고, 만주 벌판을 상정하고 일본군의 추격을 따돌리던 장면에서도 그 인원과 재미들을 충당하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또한 지도대로 찾아간 태구와 도원이 가시적으로 보이는 보물을 발견하지 못하는 순간, 세 사람의 대결을 마무리할 수 있는 구실을 제공하고 영화를 종결짓는 역할 또한 ‘창이’가 맡아야 합니다. 자신이 갈취한 보물들을 내던져 주고, 태구가 손가락 귀신임을 밝히면서 지금까지 서로가 생각했던 바들을 뒤집어 보여준 것입니다. 이젠 도원이 태구에게 총을 겨눠야만 하는 분명한 이유가 밝혀졌고, 태구 또한 두 사람의 공격을 피할 수 없기에 총을 들고 마지막 결전을 치뤄야만 했던 것이지요.


당신이 이토록 멋지게 말달리며 중국 대륙을 누비는 순간은 어쩌면 다시 오지 못할 것 같습니다. 똑같은 것을 반복하는 것은 의미가 없기 때문이지요. 이제는 세계 곳곳의 대륙을 달리며 영화를 만들어야 할 때이기 때문입니다. 바로 작년의 돈황 사막에서의 결투가 시작인 것 같습니다. 중국 대륙을 넘어, 태평양을 건너, 당신의 도약은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 또한 이러한 세계 진출을 응원하며, <놈놈놈>에 못지않은 영화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곧 당신의 두 영화가 개봉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우리는 <놈놈놈>에 뒤지지 않을 응원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새 영화의 1주년 기념 상영을 할 순간을 상상해 봅니다. 그 때는 오롯이 당신만이 주인공이 되어 우리와 함께 축하의 잔치를 벌이겠지요.


여전히 아름다운 모습으로, 비처럼 우리의 온 몸을 젖게 한 당신. 한 여름 밤의 황홀한 꿈처럼 그렇게 당신은 우리 앞에 나타나셨고, 행복한 순간을 선물로 주셨습니다. 이 기쁜 순간들로 또 한 해를 잘 보내겠습니다. 언제나 그랬듯이 장대비나 눈보라, 추위와 더위는 우리의 만남을 가로막을 수 없습니다. 당신의 고된 일정 또한 우리들의 만남을 가로막는 이유가 될 수는 없었습니다.


이렇게 가끔, 서로 멀리서 고립되어 있는 듯 느껴지는 일상 속에서도 아주 가끔 예기치 않았던 선물을 받은 것으로 또 1년을, 또 10년을 그렇게 행복하게 지낼 수 있습니다. 항상 마주하고 있다고 행복한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각자의 역할대로 최선을 다하여 자랑스러운 모습으로 변신할 때, 그 때 그렇게 우리는 서로를 다시 만날 것입니다. 그래서 당신의 새 영화를 고대하고 있습니다.


병헌씨, 사랑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우리에게 와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