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엔 글 배선영 기자/사진 정유진 기자]
영화 ‘악마를 보았다’(감독 김지운)의 잔혹 수위에 대해 논란이 많다.
어떤 이는 영화를 보다 뛰쳐나왔다고 이야기하고, 어떤 이는 영화의 작품성을 높게 평가한다. 이처럼 호불호가 극단적으로 갈리는 영화의 등장은 오랜만이다.
영화는 연쇄 살인마에게 잔인한 방식으로 약혼녀를 잃은 한 남자의 잔혹한 복수극을 담았다. 망치로 머리를 으깨 기절시키고 마지막 숨을 헐떡이는 이를 잔혹하게 토막 내는 장경철(최민식 분)의 살해 방식은 참혹하다. 차마 눈을 뜨고 봐줄 수가 없다
불같은 장경철의 이미지와 대비되는 얼음장 같은 김수현(이병헌 분)의 복수방식 역시 이에 상응하는 처절한 앙갚음이다. 아킬레스건을 끊어내고, 얼굴에 송곳을 박는다. 살인마에 대한 복수가 통쾌하게 다가오다 어느 순간 섬뜩해진다. 비주얼적인 잔인함을 극대화한 김지운 감독의 신작 ‘악마를 보았다’는 결국 한국 상업영화 최초로 제한상영가 등급을 받고 말았다. 이후 예정된 언론시사회가 취소되기에 이르렀으며, 결국 3수 끝에 간신히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을 받고 언론시사회 다음날 바로 개봉하게 됐다.
개봉 후에도 영화를 둘러싼 논쟁은 여전하다. 지나치게 잔인한 묘사가 모방 범죄를 낳을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불편하다는 시각과 비주얼적인 완성도가 높은 김지운 감독 최고의 작품이라는 극단적 평이 엇갈리고 있다.
피해자의 입장에서 복수를 실행에 옮기며 결국 ‘죄가 죄를 낳아 버린 사례’가 된 김수현 역의 배우 이병헌을 만났다. 16일 오후 서울 중구 한 호텔에서 만난 이병헌은 담담한 어조로 영화를 둘러싼 논란에 대한 입장을 전했다.
그는 “이처럼 논란이 되는 영화는 처음 해봤다”며 “조금 더 지켜봐야겠지만 현재로서도 이미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는 점에서 개인적으로도 의미있는 작품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병헌은 시사회 당시 처음 영화를 본 심정을 전하기도 했다.
“사실 보지 못한 상태에서 제한상영가 논란이 있고, 오히려 더 궁금해지더라.”
“시사회가 끝나고는 셋 다 아무 말이 없었다. 머리를 맞은 듯 한 느낌이었다. 감독님이야 후반 작업을 하면서 수십 번씩 봤으니까 우리가 하는 말을 기다리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최민식형과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담배만 폈다.”
그 역시도 영화가 전하는 충격에 묘한 기분이 들었던 것이다. 대다수 관객들이 그와 비슷한 입장이다. 이병헌은 이 같은 느낌에 나름의 분석을 더했다.
“어떤 한 평범한 남자가 사랑하는 약혼녀를 연쇄살인마에게 그냥도 아니고 정말 잔인한 방법으로 살해를 당했다. ‘그 남자가 연쇄 살인마를 죽여 복수를 했다’라고 말로만 하면 대다수 사람들의 반응은 ‘잘했다. 아주 시원하다’라고 이야기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악마를 보았다’는 그 과정을 시각적으로 보여준다. 그러니 머리가 복잡해지는 것이다. ‘과연 그게 맞는 건지’ 그런 생각도 들면서. 말로만 하는 것과 그것을 보여주는 것의 차이는 굉장히 다른 것이다.”
이날 이병헌은 “흥행에 대해서는 기대 하지 않는다. 너무 어려서부터 기대를 안했다”라며 “사실 내 작품이 망한 것도 많다.(웃음) 물론 흥행이 되면 기분은 좋지만, 논란의 영화가 됐다는 것만으로도 같이 참여하고 일했던 배우로서 의미 있는 것 같다. 오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주제가 됐지 않은가.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라고 심경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