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서 가장 달콤했던 선택이 있었다면 그건, 배우라는 이름을 선택했던 바로 그 순간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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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영화 ‘지.아이.조’ 이병헌, 동양의 카리스마 할리우드 캐릭터를 만나다
등록일 2009.08.11 조회수 2789

스타투데이 인터뷰

편중된 이미지나 한류스타라는 타이틀에 안착하지 않고 드라마와 영화를 넘나드는 다양한 장르에서 다채로운 매력을 선보인 이병헌. 그가 할리우드산 영화 ‘지.아이.조 : 전쟁의 서막’을 통해 전 세계 스크린에 첫 선을 보였다.

‘지.아이.조’에 출연하게 된 과정은?

‘지.아이.조’에 대한 사전 정도 전혀 없었는데 예전 같으면 ‘지.아이.조’를 보고 말도 안 되는 만화라 생각하며 던져 버렸을지 모른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지.아이.조’는 미국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캐릭터였고 ‘지.아이.조’ 팬들의 반응이 엄청나다는 것을 알게 됐다. 미국에 갔을 때 스톰 쉐도우 캐릭터의 피규어를 많이 선물 받았는데, 내가 맡은 역할의 피규어가 굉장히 유명하다는 것도 그때 알게 됐다.

출연 비중이나 연기에서도 긍정적인 평이 많다.

배트맨, 슈퍼맨처럼 유명한 캐릭터를 연기하게 된 것, 영광이긴 한데 점수를 크게 주고 싶진 않다. 대사를 직역해서 우리말로 하면 참 난감한 대사가 많았고 만화 캐릭터라 내 의지와는 달리 과장된 연기를 해야만 했으니까. 또 연기를 할 때 내가 해왔던 방식의 연기를 고수해서 보여주면 안 된다는 걸 촬영과정에서 느꼈다. 깊이 있게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그들이나 내게 도움이 안 되는 연기가 되는 거지. 시에나 밀러도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 친구와 블루스크린 앞에서 액션을 찍으며 ‘대체 우리가 뭘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는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그러다 극장에서 ‘지.아이.조’를 봤는데 ‘이 영화 정말 엄청나구나. 내 뒤에서 미사일이 날라가고 자동차가 뒤집어지는 모습을 보며 보통 애들이 아니구나’ 하며 놀랐던 기억이 있다.

할리우드 시스템을 체험해 보니 어떤가?

내가 장착해야 하는 소품들을 빠트리고 와 난감해 하자 CG로 덧입히면 된다고 전혀 문제 삼지 않더라. 우리와 고민하는 크기의 지점이 다른 거지.(웃음) 또 촬영을 할 때 보통 새벽 6시에 나와 오후 4시까지 기다렸지만 한 신도 못 찍고 돌아간 적도 있다. 나를 얕보는구나 생각했지만 조연이나 단역들의 기분을 알 수 있는 공부라 생각했다.

아! 우리 현장과 다른 점이 또 있다. 투자자, 제작자가 매일 현장을 찾는다는 것. 자기 생각과 맞지 않는 게 있으면 감독한테 바로 이야기한다는 것. 사실 내가 계약을 하기 전 출연 분량 중 반 이상 복면을 벗었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는데 지.아이.조 팬들에게 스톰 쉐도우 얼굴을 공개하는 것은 거부감이 드는 일이지만 아시아 시장을 고려했을 때 내 얼굴을 전혀 공개하지 않는 것 역시 손해 보는 장사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제작스태프가 일본과 한국 프리미어 행사를 참석한 후 이병헌과 같이 다니면 엘비스 프레슬리와 다니는 것 같다는 반응을 보였는데.

 일본에서는 어마어마한 팬들이 모였다. 일본에서는 영화 ‘나는 비와 함께 간다’ 레드카펫 때도 갔었고 이미 다른 영화로 여러 번 갔기 때문에 어느 정도 반응이 나올지 알지 않나? 하지만 시에나 밀러나 소머즈 감독은 그런 분위기를 잘 모르니 거의 패닉상태가 될 만큼 깜짝 놀란 거지. 출연 배우 중 말론 웨인즈는 ‘너 진짜 마이클 잭슨이구나’ 라고 말하더라. 너무 내 팬들만 나와 미안한 생각이 들기도 했는데 속으로는 ‘자식들, LA에서 날 꼬마 취급했지?’ 하면서 그 상황을 즐겼다.

할리우드 진출을 앞둔 권상우씨에게 어떤 조언을 해 주었나?

권상우가 출연하게 될 ‘그린호넷’에 대해서는 시나리오 초고 때부터 에이전시에서 들어서 알고 있었다. 사실 이미 촬영에 들어갔어야 하는 작품인데 제작이 조금씩 늦춰지고 있는 거다. 이틀 전 만나 그에 관한 얘기를 들었는데 대사가 많아서 영어가 큰 걸림돌이 되고 부담이 되겠지만 들어가기 직전까지 최대한 열심히 노력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해줬다. 그들이 네게 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만 생각하라고 말해줬다.

[조은영 기자 / 사진 = 강영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