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서 가장 달콤했던 선택이 있었다면 그건, 배우라는 이름을 선택했던 바로 그 순간 이었습니다.
인생에서 가장 달콤했던 선택이 있었다면 그건, 배우라는 이름을 선택했던 바로 그 순간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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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전쟁의 서막③]이병헌,“역할 이해 어려워...분장도 대충 닦고 공항으로”
등록일 2009.08.08 조회수 2172

● 蓋然 개연

이게 버릇이 돼서 그런지 모르는데, 나는 (영화에서) 사람을 죽여도 왜 죽여야 되는지, 인물이 왜 이렇게 행동해야 되는지 자꾸 따지고 묻는다. 스톰 쉐도우는 왜 나쁜 짓만 하는지, 왜 자긍심이 높은지. 이유 없이 단순히 하라고만 얘기하면 배우로서 납득이 안 된다. 어린 시절의 성장 배경이든 뭐든 개연성이 있어야 했다. 스티븐 소머즈 감독이나 작가들은 그래서 그 나름대로 스톰 쉐도우 캐릭터에 개연성을 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원작에 있는, 혹은 원작과 관련 없기도 한 이유들을 제시하니까 스톰 쉐도우에 대해 확실히 인지하게 됐다. ‘나는 슈퍼맨이나 스파이더맨 같은, 만화에서 영화로 나온 캐릭터다’라는 생각을 통해 스톰 쉐도우에 한층 용이하게 접근하기도 했다.

“주장하는 배우 쪽에 강하다. 나는 감독과 의도적으로 말을 많이 하는 편이다. 작품 전에도 자주 만나서 서로 작품에 대한 생각을 나눴고, 연기할 인물에 대해 세세한 점까지 의견을 일치시킨 후 촬영에 들어갔다. 갑자기 촬영장에서 이해가 안 간다든가 표현해 내기 힘들어질 때면 대화를 시도한다. 감독과 배우가 같은 생각을 가지고 서로 오차가 별로 없이 촬영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인물을 표현하기 위해 감독과 많은 대화를 교환한다고 말한 <누구나 비밀은 있다> 커버 스토리 중.

● 差異 차이

한국에서 영화를 할 때는, 특히 <놈놈놈> 땐 김지운 감독과 편한 사이이기도 해서 편하게 상의하며 이렇게 저렇게 해볼 여유가 있었다. 하지만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는 그렇게 하면 안 된다는 걸 알았다. 시나리오와 영화가 크게 다르지 않은데, 철저한 계획 하에 딱딱 맞춰서 촬영해 나가기 때문이다. 융통성의 여지는 그다지 많지 않았다. 대신 그 철저함 덕분에 환경적으로 더 좋은 건 있었다. 원래 액션 트레이닝도 촬영 시작하기 전에 두 달을 하자고 했는데, <놈놈놈> 촬영이 늦게 끝나는 바람에 미루고 미루길 거듭해 한 달만 했다. 그나마도 마지막 장면 촬영을 조급하게 끝내고 피 분장도 물티슈로 대충 닦아낸 뒤 바로 공항으로 달려갔던 거였다.(웃음) 트레이닝을 하는 과정에서는 의상 피팅도 진행됐는데, 배우가 바라는 대로 의상을 다 맞춰준다. 여덟 번을 체크하고 확인해서 최종적으로 완성했는데, 그 과정에서 내 아이디어와 의견이 많이 반영됐다. 원래 마스크가 눈과 코까지 보이는 것이었는데 눈만 보이도록 바뀌는 등 변화가 많았다. 배우에 대한 처우가 좋아 각각 트레일러를 줬던 것은 물론이고 위험에 대한 관리도 철저했다. 스네이크 아이즈와의 대결 장면에 발차기 동작이 있었는데, 마음에 들 때까지 하다 보니 열 테이크 이상을 갔다. 그런데도 마음에 들지 않아 또 다시 슛 들어가는데 다리가 안 움직이는 거다. 현장에 대기 중인 의사의 부축을 받아 응급 처치를 하고 병원에 갔는데 인대가 찢어졌다고 하더라. 주변 사람들이 뭔가 ‘뻑’ 하는 소리를 듣긴 했다더라. 난 그저 발차기를 잘하고 싶었을 뿐이라 아픈 것도 몰랐다.(웃음) 다행히 2주 정도 여유가 있어서 다음 촬영에 지장은 없었다. 보안에 대한 개념도 철저해서 트레일러에서 세트까지 이동하는 20미터 거리에 불과한 동선에서도 검은 우비를 뒤집어쓰고 갔다. 많은 예산이 투입된 영화라서 그랬고, 원작이 있는지라 파파라치의 망원렌즈에 의상이 앞서 노출되면 안 되기 때문에 그랬다.

“촬영할 상황 속에서 내가 가져가야 할 감정을 미리 연구하지 않고 현장에서 그냥 부딪치는 대로 해보면서 나도 감독도 기대하지 못한 표현이 만들어졌다.” <놈놈놈> 커버 스토리 중, ‘나쁜 놈’ 창이 캐릭터를 만들어갔던 날것의 방식에 대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