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서 가장 달콤했던 선택이 있었다면 그건, 배우라는 이름을 선택했던 바로 그 순간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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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이병헌 더빙? 원래 발음이 좋은건데…
등록일 2009.07.31 조회수 2671

'지.아이.조' 스톰 쉐도우 역
영화 속 영어대사 완벽소화
원작 처럼 복면쓸까봐 걱정
이병헌은 나란히 눈을 마주치기 힘들 정도로 높은 곳까지 올라서 있었다. 재주가 많은 청춘스타로 출발해 아시아를 아우르는 한류스타가 됐고, 지금은 엄청난 제작비가 투입된 블록버스터 '지.아이.조-전쟁의 서막'에서 주연급인 '스톰 쉐도우' 역할을 꿰찬 할리우드 스타의 자리까지 올랐다. 사실 영화가 공개되기 전에는 이병헌의 극중 비중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다. 그런데 이병헌은 상상했던 것 이상으로 묵직하게 할리우드에서 무게중심을 잡고 있었다.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어떻게 걸어 다니고 있는지조차 모르겠다"고 말할 정도로 바쁘다는 이병헌을 만났다.

-사실 영화 내내 복면을 쓰고 나올까봐 걱정을 했다.
▲'지.아이.조' 원작의 팬들에게 '스톰 쉐도우'는 '스네이크 아이'와 더불어 가장 인기가 많은 캐릭터다. 원작의 팬들은 스톰쉐도우가 절대로 복면을 벗지 않기를 원했을 것이다. 신비한 무사 아닌가. 그러니 제작자 입장에서는 팬들의 이런 소망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 그러면 나는 곤란하다. 내가 무슨 '복면달호'찍는 것도 아니고 내 얼굴은 영화의 절반 이상 공개되어야만 했다. 유명한 아시아 배우를 캐스팅 해놓고 얼굴을 가려놓으면 무슨 의미가 있나.

-영화 중간 아역이 "도둑놈이다"라고 한국말을 하는 부분도 한국배우 이병헌을 배려한 부분인가.

▲내가 요구를 한 것은 맞는데 그것을 계약조건에 명시한다는 식으로 투쟁하지는 않았다. 현장에서 감독에게 말해 5분 만에 순조롭게 결정된 부분이다. 원래 아역의 대사는 영어였다. 그런데 내가 한국 배우인데 한국대사로 바꾸자고 요구한 것이었다. 그런데 그것 때문에 고생을 좀 했다. 아역을 연기한 태국아이가 한국어 발음이 너무 어색했다. 결국 내가 더빙하는 장소까지 따라가 한국어를 가르쳤다.

-이번에 한국에 온 '지.아이.조' 팀에게 한턱 크게 쐈다고 들었다.
▲파티를 주최했다. 대부분 한국을 처음 방문한 사람들이니 내가 호스트 입장에서 파티를 열어준 것이다. 사실 한국에 오기 전에 일본에 들렀는데 엄청난 환대를 받았었다. 그것과 비교당하고 싶지 않았다. 채닝 테이텀, 시에나 밀러 모두 파티를 즐겼다.
-특히 채닝 테이텀은 이병헌을 존경까지 하는듯한 분위기였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정말 반가워했다. 나중에는 자기가 직접 출연하고 프로듀서 하는 액션영화가 있는데 출연해달라고 시나리오까지 보여주더라. 영화를 한국에서 찍을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출연할 생각은 없다. 이번에 한국을 떠나면서 채닝이 두 장 분량의 편지를 남겼다. 촬영현장에서 이름을 잘 못 부른 것을 미안해하는 내용이었다.

-이름을 어떻게 불렀길래.
▲자꾸 '병'이라고 부르더라. 나중에 내 이름은 '병헌'이라고 지적해주니 난처해했다. 사실 할리우드에서 영화 찍으면서 왜 영어이름을 따로 안 만드느냐는 말도 들었는데, 나는 미국사람들이 불편해하며 내 한국이름을 발음하는 것이 왠지 기분이 좋았다.

-영화 속 영어대사가 훌륭하다.
▲더빙했다는 논란도 있던데 사실 내가 영화를 봐도 다른 사람 목소리처럼 들렸다. 그런데 한국어와 영어는 사용하는 성대가 틀리다고 한다. 정말 미국식 영어를 하면 그래서 목소리가 달라져 들리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하더라. 영어는 최근 몇 년 동안 미국을 자주 오가며 많이 늘었다. 미국 매니저와 영어로 대화를 자주 나눴다. 자랑은 아니지만 선천적으로 발음이 좋다는 말은 많이 들었다. 사람마다 장기가 하나씩 있지 않나.

-그런데, 영화에서 에펠탑을 폭파시킬 때 기분이 어땠나.
▲ 내가 프랑스 명예홍보대사가 아닌가. 앞으로 프랑스를 못 가게 되는 건 아닐까 걱정했는데 오히려 프랑스 관객들이 그 장면을 더 신나게 감상하더라.

스포츠월드 글 김용호 기자, 사진 김두홍 기자 cassel@sportsworld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