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서 가장 달콤했던 선택이 있었다면 그건, 배우라는 이름을 선택했던 바로 그 순간 이었습니다.
인생에서 가장 달콤했던 선택이 있었다면 그건, 배우라는 이름을 선택했던 바로 그 순간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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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BH & RUBEURS 입니다.

제목 10년전 그들의 모습
등록일 2009.07.01 조회수 1583

이병헌 1995년 12월27일 촬영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는 많은 사람을 만나고 헤어지고 만나고 헤어짐을 반복한다.
특히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잊어가고 또 만나면서 그들 중의 일부를 이미지로 기억해야 하는
일을 반복적으로 하다보면 느낌에 대한 궁금증들에 골몰하는 경우가 있다.
촬영을 위해 만난 그들을 처음으로 마주보는 순간의 느낌은 모두에게 같을까.
그 느낌을 사람들은 기억하고 있을까.
그래서 다시금 그 사람을 만났을 때 그때의 느낌이 떠오를까.
그 느낌은 그 사람을 대신할 수 있을까. 그러니까 그 느낌이란 것이 제대로 된 것일까.

기사제공 | 씨네21, 사진과 글 | 손홍주, 구성 | 네이버영화

그들과의 첫 만남 - 첫 번째 이야기

인물사진을 주로 촬영하는 나로선 첫 만남의 느낌은 굉장히 중요하고 오래간다.
그런 느낌으로 배우들과의 이야기를 풀어가기도 하고 친근함의 수단이 되기도 하기에 그렇다.
물론 그 느낌으로 상대를 평하거나 판단하는 근거가 되진 않아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우리가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사람들에 대해선 어떨까. 배우와 주로 일을 하는 나로선 배우들과의
첫 작업의 순간을 보물처럼 여기며 잊지 앉으려고 노력한다. 필사적으로 기억한다.
느낌도 그렇지만 사진도 기억하고 간직한다. 물론 그 사진을 다시 본다는 것은 참담한 일이지만 말이다.

어떤 만남은 너무나 행복했고 또 어떤 만남은 설레는 순간이었고 어떤 만남은 온통 하얀 꿈처럼 다가오기도 했다.
매번 좋은 순간만이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 순간이 있었기에 지금의 그들과 내가 있으니 다시
떠올려보면 행복하고 즐거운 순간들이었다.
보통을 넘어선 작가들을 제외한 나를 포함한 사람들에겐 누구나 그렇겠지만 예전에 촬영했던 사진을
다시 보는 것은 참으로 참담한 경우가 많다.

사진을 보면 볼수록 입술이 마르고 오금이 저리고 심장이 오그라들면서 나도 모르게 눈을 질끈 감게
된다. 그 사진이 존재하지 않았으면 할 경우도 있다. 사진은 너무나 부족함으로 가득하고 느낌도 없고 그저 손가락으로 촬영한 허접한 사진들이기에 그렇다. 그렇지만 어쩌겠는가. 그런 사진은 내가 촬영한 것이 맞고 그 사진이 있었으니 그나마 지금의 내가 존재하니 부인할 수도 없다.
너무나 보잘것없는 사진이지만 나와 함께 첫 만남의 시간을 함께 한 배우들의 사진이기에 영원히 숨기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한편으론 나의 성장을 도와주었던 순간들의 의미 있는 사진이라 생각해 이 자리에 내려놓는다. 변명처럼 들리겠지만. 아직 난 제대로 된 작업은 시작도 못한 것 같다. 더욱 섬세하고 진심을 담은 작업을 이제부터 시작하려한다.
오래전부터 기록하고 싶었던 사진들을 세상에 내려놓을 수 있도록 용기를 준 이명동 대선배의 글에
감사를 드린다. "남의 기록은 열심히 하면서 자신의 기록에는 무관심한 자세가 현명하지 못함을
깨달을 때는 너무 늦다. 사진기자의 개인적인 기록, 즉 기자수첩은 결국 개인의 일기가 아니라
그것조차 역사의 기록이 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보도사진가 이명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