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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집중인터뷰] (2) 배우 이병헌이 가는 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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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09.01.12 조회수 2151 | |
(이 기사는 8월12일자 ‘이병헌의 새로운 얼굴’ 제하의 인터뷰에 이어지는 후반부 내용입니다.)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을 찍으시면서 연기 외적으로 가장 좋았던 것은 어떤 것이었습니까. “배우든 감독이든, 아무래도 이쪽 일을 하시는 분들은 기본적으로 역마살이 있는 것 같아요. 저 역시 새로운 것을 접하고 경험하게 되는 것을 무척 소중하게 생각합니다. 이번 영화에 참여하면서 특히 좋았던 것은 광활한 중국의 사막에서 말을 타고 질주할 수 있었다는 점이었어요. 정우성씨야 그런 쪽으론 저보다 선배지만, 저는 이전에 그런 장면을 찍어본 적이 없었거든요. 제가 예전부터 후배들에게 그런 이야기를 종종 했어요. ‘배우로서 기본적으로 교통 수단에 해당하는 것은 다 익혀둬라’고 말입니다. 수영이나 운전 혹은 승마 같은 것을 얘기했던 거죠. 비행기 조종이야 너무 힘드니까 빼더라도 말이에요.(웃음) 그러면서 정작 제가 지금까지 승마를 배우지 못했어요. 나도 못하면서 후배들에게 충고했던 게 마음에 좀 걸렸는데, 이번에 그걸 해소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말이 뛰면 긴장감은 당연히 있죠. 그런데, 매도 먼저 맞는 게 낫다고, 말이 빨리 뛰어야 금방 촬영이 끝날 것을, 미적대다 보면 한없이 촬영이 길어지면서 사고 가능성만 높아지거든요. 결국 달리는 말 위에 오래 있기 싫어서 더 채근을 한 겁니다.(웃음)” -그런데, 멜로를 찍는 것과 이렇게 남자들만 떼거리로 나오는 영화를 찍는 것은 배우에게 전혀 다른 경험이겠죠?(웃음) “ ‘공동경비구역 JSA를 찍을 때도 좀 비슷했지만, 촬영 중 중국 숙소에서 지낼 때는 진짜 훈련소 내무반에서 지내는 느낌이더라고요.(웃음) 육체적으로는 고되지만, 그게 끝을 알고 하는 고생이기에 어느 정도 즐길 수 있죠. 남자들끼리 있기에 때론 땀 냄새도 나고 좀 지저분해지기도 하지만, 끈끈한 정을 서로 느낄 수 있는 게 참 좋아요.”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은 정말 제대로 ‘폼’ 나는 영화입니다.(웃음) 이병헌씨는 말 위에서 권총을 겨눌 때 어깨 뒤에서부터 총을 잡아 뽑는 듯한 자세까지 취하시던데요?(웃음) “김지운 감독님 작품에서 연기할 때는 ‘폼’에 대해 별로 신경 안 써도 됩니다. 멋을 정말 잘 내실 줄 아는 분이라서, 감독님이 다 알아서 포장해주거든요.(웃음) 현장에서 자꾸 .N.G.가 나면 배우들이 속으로 불평하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나중에 극장에서 그 장면을 보면 ‘내가 저기서 저렇게 멋지게 했단 말야?’ 싶은 생각이 절로 들죠.(웃음)”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에서는 그런 멋진 ‘폼’을 만들어내기 위해서 배우들도 감독님 못지 않게 아이디어를 많이 냈다고 들었어요. 김지운 감독님은 배우들의 액션 아이디어가 많아서 오히려 자제시키느라고 애를 먹었다고 하시던데요?(웃음) “제 경우 원래 촬영 현장에서 아이디어를 많이 내는 편이에요. 질보다는 양이죠.(웃음) 큰 욕심 안 부리고 얘기해요. ‘이거 꼭 해야 돼요’가 아니고, ‘이중에서 좋은 거 있으면 고르세요’라는 식이죠. 자질구레한 것들도 많이 말해요. 이 영화에서 채택된 제 아이디어 중 하나는 장갑을 짧게 한 것이었어요. 장갑이 손목의 선에 딱 맞으면 뭔가 프로페서널 같은 느낌이 들 것 같아서 그렇게 제안했죠. 저 때문에 의상팀이 고생했을 거에요.” -오른쪽 눈 부분을 가리는 독특한 헤어 스타일은요? “그건 제 아이디어와 헤어팀의 의견이 흡사했던 경우였죠. 각각 따로 생각했는데, 나중에 맞춰보니 아주 비슷하더라고요.” -극장에서 이 영화를 보는데, 자다가 일어나 상반신을 벗은 채로 단검을 날려 전갈을 해치우는 장면이 나오니까 곳곳에서 여성
관객들의 탄성이 터지던데요? 작심하고 제대로 팬 서비스 하신 것 같더라고요.(웃음) ‘달콤한 인생’에도 비슷한 설정의 장면이 있었는데, 그때와
비교하면 더욱 열심히 운동을 하신 것 같습니다.(웃음) -이병헌씨는 멜로에 가장 잘 어울리는 남자 배우로 손꼽힙니다. 그런데, 최근 들어서는 액션이나 누아르 쪽의 영화를 많이 찍으셨죠. 이병헌씨의 필모그래피를 찬찬히 훑어보면, 2~3년 전까진 본인의 스타일이나 이미지에 맞는 쪽으로 작품을 꼼꼼하게 골라서 출연하신 것처럼 느껴집니다. 그런데, ‘달콤한 인생’ 이후부터는 의외성을 허용하면서 좀더 과감하게 작품을 선택하게 된 것 같아요. 이제는 다른 그릇에 스스로를 넣었을 때 어떤 모습이 나올지에 대해 어느 정도 즐기면서 하는 것 같다고 할까요. “지적하신 게 맞는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그게 ‘그 해 여름’을 끝내고 트란 안 훙 감독님의 영화 ‘나는 비와 함께 간다’ 출연 제의가 와서 고민할 무렵이었던 것 같아요. 그 영화는 제작 환경도 이야기도 캐릭터도 모두 낯설어서 출연 여부를 놓고 고민하다 보니까, 그 과정에서 생각의 폭이 넓어졌다고 할까요. 제 속에서 닫혀 있던 뭔가가 열리는 듯한 느낌이 들었나 봐요. 그러다가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의 악역을 하기로 결정했고, ‘지아이 조’ 제의까지 왔을 때는 ‘에이, 그 두 영화까지 하기로 했는데, 뭘’이라는 생각으로 출연을 결심했죠.(웃음) 좋게 말하면 융통성이 생겼다고 할까요. ‘왜 처음부터 그렇게 하지 않았을까’ 싶은 후회가 들기도 했고요. 어차피 제가 하는 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