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화 운동인 ‘프라하의 봄’ 등으로 어느
정도 과거의 상처를 안고 있는 체코 수도 프라하. 중세의 아름다움을 도시 전체가 간직하고 있어 문명과는 다소 동떨어진 프라하의 여름 6월
고풍스러운 그곳 풍광과 잘 어울리는, 프라하와 닮은 배우 이병헌(38)을 만났다. 이병헌 자신도 배우로서 가슴에 굳은살이 있다고 말할
정도로 프라하처럼 상처를 안고 있는 배우였다. 지난 5일(현지시간) 오후 8시30분 프라하시 중심가에 위치한 한국 레스토랑에서 만난
이병헌은 20일째 현지 영화 세트장에서 할리우드 진출작 블록버스터 촬영에 한창이었다. 취재진을 만나자마자 한국사람을 본지 오랜만이라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20일 전 프라하에 도착한 이병헌은 두 번째 만난 자리에서 “사람들은 발이나 다른 부위에 굳은살이 생기지만 배우는 가슴에 굳은살이
박인다. 부풀려진 기사나 오보 등으로 가슴에 생채기가 나 있다”고 속내를 털어놓았다.
프라하에 오기 전 1주일 동안 한국에 머문
것 외에 1년 내내 두 편의 할리우드 진출작 영화 ‘아이 컴 위드 더 레인’(I Come With The Rain: 나는 비와 함께 간다, 감독
트란 안 홍)과 블록버스터 영화 ‘G.I. 조’(G.I. Joe, 감독 스티븐 소머즈) 촬영 등으로 해외에서 머문 날이 더 많다. 할리우드 영화
두 편은 각각 올해와 내년 8월쯤 개봉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아이 컴 위드 더 레인’에서는 홍콩 암흑가 두목 수동포 역을 맡아 할리우드 스타
조쉬 하트넷과 주연으로 호흡을 맞췄으며 ‘G.I. 조’에서는 스톰 섀도우(Storm Shadow) 역을 맡아 시에나 밀러, 데니스 퀘이드, 채닝
테이텀 등 할리우드 톱스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주조연급으로 출연했다. 이병헌이 나쁜 놈으로 등장하는 김지운 감독 영화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놈놈놈)은 오는 7월 개봉될 예정이다. 그는 할리우드 진출작들보다 우리나라 영화인 ‘놈놈놈’ 흥행이 더욱 잘 되길 바랐다.
또 앞으로 개봉될 세 편의 영화에 모두 상반신 노출이 있다며 돌 같은 근육질의 탄탄한 몸을 은근히 자랑하기도 했다.
#영어실력은? 인터뷰하는 수준 이병헌은 최근 프라하 촬영장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영국 등
영어권 국가 기자들의 영어 질문 공세에 100% 영어로 대답할 정도로 뛰어난 실력을 자랑해 취재진을 놀라게 했다. 사실 그는 언어
습득력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내며 10대 후반 2년간 영어학원에 다닌 기억밖에 없다고 밝혔다. 뛰어난 영어 구사력덕분에 할리우드
동료배우들로부터 ‘카인드’(kind), ‘베리 퍼니’(very funny) 등 극찬을 들으며 그들과 돈독한 친분을 쌓을 수 있었다. “사실 제가
다른 건 몰라도 언어 습득 능력은 있는 것 같아요. 어머니가 고3 때부터 재수할 때까지 민병철어학원에 다니라고 해 2년 동안 영어를
공부한 게 전부예요. 할리우드에 진출하기 위해 레슨을 받은 적도 없죠. 드라마 ‘백야 3.98’(1998) 촬영 당시엔 극중 러시아어를
구사해야 돼 1주일 동안 배웠는데 러시아어 선생님이 가르친 한국배우 중 가장 발음이 좋다고 했어요. 영어 배울 때도 영어를 잘 한다는 걸
느꼈어요. 일어도 1개월 배운 적 있어요.”
#영원히 보존하고 싶은 것은? 진심 어린 눈빛
그는 배우로서 영원히 보존하고 싶은 것으로 주저 없이 진심 어린 눈빛을 꼽았다. 이병헌은 ‘연기한다’는 말을 가장 듣기 싫어한다. 배우가
연기한다고 하면 가짜를 보여준다는 느낌이 강하기 때문이다. 그는 매 순간 자신의 배역 안에 가식 없이 진실한 진짜 이병헌을 담는다.
“오래 전에 친구와 크게 다툰 적이 있어요. 내가 진실한 마음으로 어떤 걸 했는데 한 친구가 ‘너 지금 연기하는 거지?’라고 말하는
거예요. 저는 ‘연기하네’란 말을 싫어하죠. 연기가 아닌 진심을 투영하거든요. 인터뷰할 때도 거짓을 얘기한 적이 없어요. ‘오프 더 레코드’
이런 것도 없죠. 할리우드 진출작 액션을 촬영하는 장면에서도 내 역할에 내면을 불어넣고 싶었는데 그럴 필요가 없다는 제작진의 사인에 좀
아쉬웠어요. 제가 시리어스(serious)하게 대사를 치니까 힘 있고 쿨하게만 말하고 액션에 치중하라고 하더군요.”
#할리우드 진출 등 남다른 행보? 대중이 어떻게 볼지 궁금 이병헌은 할리우드 영화 두 편을
선택하면서 다른 배우들과는 다른 길을 걸어왔다. 트란 안 홍 감독 영화 ‘아이 컴 위드 더 레인’과 스티븐 소머즈 감독 블록버스터 영화
‘G.I. 조’에 연이어 출연하며 할리우드 진출의 꿈을 이뤘다. “대중이 남들과 다른 길을 걷고 있는 저를 어떻게 볼지
궁금해요. 열심히 헤엄쳐서 많이 갔는데 너무 먼 곳을 간 건 아닌가란 생각이 들 때도 있죠. 개봉일이 기다려지고 다가올수록 설레요.
그래도 ‘놈놈놈’ 흥행이 가장 잘 됐으면 좋겠어요. 한국영화가 살아나야죠.” 그는 할리우드 촬영 시스템 중 한국과 다른 점을 묻는 질문에
촬영시간을 꼽았다. 오전 10시부터 촬영을 시작해 정확히 오후 7시에 마치는 시스템에 맞춰 몇 개월을 살다 보니 “한국에서의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던 생활습관이 바뀌었다. 할리우드 영화 촬영하면서 아침이면 나도 모르게 눈이 떠진다. 아침형 인간이 됐다”며 흐뭇해했다.
한정된 촬영 시간으로 무리한 밤샘 촬영이 없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이상형은? 말 잘 통하고
엉덩이 아름다워야 그는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이상형의 기준이 점점 사라진다고 했지만 꼬치꼬치 묻는 기자의 질문에 조목조목
이상형의 조건을 열거했다. 가장 중요한 조건은 대화가 잘 통하는 사람이다. 아무리 아름답더라도 서양 여성에게는 매력을 느낄 수 없다고.
“파란 눈을 가진 외국 여자들은 아무리 예쁘다고 해도 제게는 매력적이지 않더라고요. 딱히 이상형 보다는… 말이 잘 통하는 여자가
좋아요. 외모요? 섹시한 스타일보다는 청순하면서 귀여운 스타일을 좋아하죠. 섹시한 여자에게는 자연미가 없어요.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이 있는 여자가 좋아요. 그리고 엉덩이가 예쁜 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