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서 가장 달콤했던 선택이 있었다면 그건, 배우라는 이름을 선택했던 바로 그 순간 이었습니다.
인생에서 가장 달콤했던 선택이 있었다면 그건, 배우라는 이름을 선택했던 바로 그 순간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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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BH & RUBEURS 입니다.

제목 이병헌입니다.
등록일 2009.01.22 조회수 2631

 
이병헌입니다.

시차가 맞지않는 탓인지 새벽부터 일어나 멍하니
책상앞에 앉아있다가 이렇게 글을 올립니다.

세편의 작품을 쉴새없이 끝낸다는 것이 결코 생각처럼 쉬운일이  아니더군요.
아주 오랫만에 홀가분하게 짧지않은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결국  홀가분할순 없었지만.......

여행을 준비하는 과정에 집에 굴러다니던
책몇권을 챙겼기에, 여행중 혹은 비행기안에서
무료하지 않은 시간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읽었던 좋은 글중에 신영복님의(감옥으로부터의  사색)중에 기억에 남는 글이 있습니다.
없는 사람이 살기는 겨울보다 여름이 낫다고 하지만
교도소의 우리들은 없이 살기는 더합니다만  차라리 겨울을  택합니다.

왜냐하면  여름징역의 열가지 스무가지장점을
일시에 무색케 해버리는 결정적인 사실---여름징역은
자기의 바로 옆사람을 증오하게 한다는 사실 때문입니다.
모로 누워 칼잠을 자야하는 좁은 잠자리는 옆 사람을 단지 삼십칠도의
열덩어리로만  느끼게 합니다.

이것은 옆사람의 체온으로 추위를 이겨나가는
겨울철의 원시적 우정과는  극명한 대조를 이루는 형벌중의 형벌입니다.........

난데없이 생뚱맞은 글의 인용이라 생각될런지도 모르지만,
왠지 지금의 저에겐 많은 부분 와닿는 글이었습니다.
우린 어쩌면 서로의 존재자체에도 염증을 느끼며 살아가고 있는건  아닌가 
누군가로 부터 그러한 시선을  받으며, 그로인해 나자신 또한 누군가를
그런식으로  느끼게 되는건 아닌가하는 너무나 무서우리만치
외롭고 씁쓸한   생각도  하게 되었습니다.
 
크고 작은  여러 소문이나 음해성 기사들을  접하게 될때,
혹  평범치않은  직업을  가진이로서 겪게  되는  억울하고  고통스러운
상황을 대하게 될때마다  그런것들로 부터 견뎌낼수 있었던  힘은,

조금은 진취적이지못하고 씩씩하지 못한 소극적인 사고일지는 모르나,
모든 벌어질 일들, 그리고 모든 행복과  고통도  어쩌면  이미 어느정도
운명적으로 정해진 길이라고 생각하는  나의 삶의  방식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한여름의 숨못쉴듯한 더위에 한발짝  움직일  엄두도 못내다가도,
머지않아 시원한  비한줄기 내리고나면 금새 뜨거웠던 노염은  지나고
가을의  문턱에 들어설것을  우린 이미 알고 있고, 살을 애는 추위로 앙상하고
누렇게  죽어버린 듯한 산과  나무들도  조금후엔  언제 그랬냐는듯  푸르른 잎들로 풍성하게
채워질것을  생각하듯이,   그렇게  여유로워  질수 있는  마음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가끔 기사를 읽다보면,
때론 그들도 나를 과대평가하는 경우도  없진않습니다.
아주 가끔은 사실과 전혀 다른 좋은 기사를  볼때도  있더군요.  
재밌기도 하고, 고맙기도 하고, 우울하기도 하지요.

그러나  지금의 이상황과  이 복잡한  감정을  어떻게 해야 할까요?
너무나 어이 없고  기가찰만큼 유치한 그들의  언행에
반응하는건 나또한  어리석고  덧없다는 생각도 듭니다.

----어쩌면  이렇게  글을  올리는것 자체가  해명의  글이되거나 
그들에게  똑같이 반응하는 일일수도  있겠지요----


신경쓰지않겠습니다.
거기에  신경쓰느라  많은  시간, 정력 버리고 싶지 않습니다. 
작품개봉 시키고, 또 다음 작품 고르고,
너무나  해야할 중요한 일들이 저에겐  아직  많거든요.
  
명검이 되려면, 
연마를 하고 담금질을 거쳐 숫돌의  과정까지 험난한  많은
고비를 넘겨야 비로서  명검의 가치를  인정받게 된다고 합니다.
   
명검이 되는 과정이라 여겨 두렵니다.

침묵은 금이라는 말,  저 아직은 그말을  따르고  싶습니다.
물론 아닌경우도 있겠지마는.......    새해  건강하시고  행복 하십시요.


2005-02-05 11:24: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