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서 가장 달콤했던 선택이 있었다면 그건, 배우라는 이름을 선택했던 바로 그 순간 이었습니다.
인생에서 가장 달콤했던 선택이 있었다면 그건, 배우라는 이름을 선택했던 바로 그 순간 이었습니다.
제목 [SS무비①]'남한산성' 이병헌
등록일 2017-09-29 조회수 523

[스포츠서울 조성경기자] 배우 이병헌이 크레딧 순서에 대해 여유를 보였다. 오는 10월 3일 개봉하는 영화 ‘남한산성’(황동혁 감독)으로 관객들을 찾아가는 이병헌은 이번 영화에 자신의 이름을 첫 번째로 올렸다.
 이병헌 주연작이라 생각하면 당연하다 생각할 수 있지만, 사실 이번 영화는 딱히 누구의 영화라고 말할 수 없다. 특히 상대배우였던 김윤석과 비교해 역할이나 비중에 있어서 우위를 논하기 어렵다
‘남한산성’은 김훈 작가의 동명 베스트셀러를 영화화한 것으로, 병자호란 중 남한산성에서 발이 묶인 인조(박해일 분)에게 청과 화친을 맺어 후일을 도모해야 한다고 설득하는 이조판서 최명길(이병헌 분)과 청에 맞서 목숨을 걸어서라도 대의를 지켜야한다고 주장하는 예조판서 김상헌(김윤석 분)의 첨예한 대립각이 주를 이룬다. 또한, 두 사람은 선악의 대결이 아니었다. 정치적 신념의 차이일 뿐 종묘사직을 구하려는 마음은 똑같은 충신들이었다. 
누구의 이름을 앞에 내세우느냐는 결국 누군가의 선택의 문제였고, 의지의 문제였다. 배우의 크레딧은 이번 영화의 주제와도 묘한 접점이 있다. 
지금까지는 멀티캐스팅에서 항상 1번이었던 이병헌이 뒤로 밀릴 수 있다고도 생각할까. 이병헌은 “할리우드에서는 늘상 있는 일”이라며 활짝 웃었다. 



-관객 입장에서는 주인공 한사람을 따라가는 영화가 아니어서 쉽지 않을 수 있다.
이 영화의 용감한 부분이다. 주인공 한 사람의 시선으로 바라보면 그가 느끼는대로 함께 희로애락을 느낄텐데, 이 영화는 시선이 100번은 교체돼 자칫 위험할 수 있는 구조다. 그렇지만 그게 이 영화의 힘이자 또 다른 매력이다. 누구를 선택하는 문제의 영화는 아니다. 누구편이냐를 정하는 영화가 아니다. 
-그럼 뭘 보여주려는 건가. 
시나리오를 봤을 때도 그렇고 감독의 의도도 그랬고 누구의 손도 들어주지 못하는 그 상황이 서글픈 걸 이야기한다. 둘의 방법은 너무도 다르지만 둘다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이었다는걸 보여주는 거였다. 두 사람의 의지가 다 설득력 있게 들렸다. 
-두 캐릭터는 물론이고 전체적으로 균형감이 좋은 영화다.
나도 기가 막힌 게 시나리오를 딱 읽었을 때 0.1%도 어느 한 쪽으로 기우는것 같지 않고 반반으로 나뉘었구나 했다. 분량이 아니라 그 존재감이랄까. 이 사람에게 살짝 기운다는 느낌, 그런게 없었다. 그래서 이거 정말 힘들게 찍겠다 생각했다. 촬영하면서도 균형을 생각하면서 했다. 상헌의 목소리가 큰 느낌이 있는 장면이 있으면, 다른 씬에서는 명길이 반격하는 느낌이었다. 그걸 넘어서지 않았다. 그걸 인지하면서 연기했고, 감독도 모니터링 하면서 이정도면 내가 컨트롤 할수 있지 않을까 하면서 한 듯하다. 
-김윤석과 호흡은 어땠나. 두 배우의 팽팽한 기운이 엄청났을거다.
처음 같이 호흡을 맞추는 긴장감들은 있다. 기대감도 있고, 불안감도 있다. 그런 긴장감인데, 그래도 큰 전제는 그 장면에서 의도한 것을 우리가 시너지로 만드냐 아니냐다. 그렇기 때문에 장면이 의도하는 바와 감독의 의도를 벗어나면 안 된다고 본다. 명길의 주장이 받아들여지는 장면이면 거기는 명길의 목소리가 더 크고, 더 보여야하는 거고, 상헌의 소신이 설득력 있게 다가가는 장면이면 내가 거기에 맞춰서 살짝 눌러야 하는거다. 그렇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내가 기싸움에서 이겨야되겠다’ 하는 그런 감정이 생기더라도 웬만하면 없애려고 하는 편이다.
-연기적인 합이 좋았나보다. 
나와 굉장히 다른 패턴의 연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재밌었다. 재밌으면서 한편으로 어려웠다. 리허설을 하고, 테이크를 가다가 NG가 나서 다시가고 할때마다 매번 다르게 하더라. 아까는 이걸 질렀다면 다시 할땐 이걸 조용히 하고 다른 걸 크게 하더라. 연기는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리액션이 나온다. 탁구랑 똑같다. 상대가 멀리 보내면 내가 멀리서 받아야 하는데, 내가 가까이 떨어질 줄 알고 앞에 서있다가는 그 공을 놓친다. 호흡이 맞아야 한다. 그래서 어느 순간 내가 그걸(김윤석을) 방어하는 느낌이 들더라. 어렵기도 했지만 달라서 묘한 재미가 있었다.



-배우 이병헌의 브랜드가 있다. 원톱과 멀티캐스팅 중 뭐가 더 좋은가.
분명한 건 여러 배우가 같이 나오면 든든한 게 있다. 그리고 영화를 볼 때도 어느 순간 어떤 배우가 잘 했으면 고마운 것도 있다. 

-그러다 크레딧 순서가 밀릴 수 있지 않나. 
익숙하다. 할리우드에서는 매번 그랬다. 그런거에 배우들이 목소리를 내는 건 아닌 것 같다.


원문보기:
http://www.sportsseoul.com/news/read/556120#csidx0d0c83f5de4d967b394935260047b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