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서 가장 달콤했던 선택이 있었다면 그건, 배우라는 이름을 선택했던 바로 그 순간 이었습니다.
인생에서 가장 달콤했던 선택이 있었다면 그건, 배우라는 이름을 선택했던 바로 그 순간 이었습니다.
제목 [SS무비③]'남한산성' 이병헌 "원작자 김훈도 호평, 좋아할줄 알았다"
등록일 2017-09-29 조회수 547


[스포츠서울 조성경기자] 배우 이병헌이 원작자의 호평을 받고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이병헌이 주인공으로 오는 10월 3일 개봉하는 영화 ‘남한산성’(황동혁 감독)은 김훈 작가의 동명 베스트셀러를 영화화한 것으로, 1636년 청의 군사들을 피해 달아나던 인조(박해일 분)와 조정신료들이 추위와 굶주림뿐인 고립무원의 남한산성에 발이 묶이면서 벌어진 47일간의 이야기다. 원작 소설에서처럼 인조에게 나라의 운명을 놓고 서로 다른 가치를 주장하며 대립하는 최명길(이병헌 분)과 김상헌(김윤석 분), 그리고 각기 다른 삶의 방식으로 그 시대를 살아간 사람들의 모습들을 통탄할 슬픈 역사 속에 그려넣으며 마음을 숙연하게 한다.
스토리와 영상미, 연출과 연기 등 뭐 하나 빠지지 않는 완성도 높은 영화가 관객들의 박수를 기대하게 하는데, 과연 원작 팬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지 주목된다. 원작이 있는 경우 대개 원작 팬들의 아쉬움을 사기 마련이기 때문. 그런 가운데 지난 25일 있었던 VIP 시사회를 통해 원작자 김훈 작가가 영화를 보고 흡족해 했다는 소식이 들렸다. 
이병헌은 “시나리오가 워낙 좋아 실수만 안하면 좋아할 줄 알았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비극적인 역사를 소재로 하고 다소 어려운 부분이 있다. 흥행부담은 없나.
배우가 자기가 참여한 작품을 많은 사람이 봐줬으면 하는건 당연한 바람이다. 그러나 그런식으로 작품 선택을 하면 의미있는 필모그래피가 쌓이지 않을 것 같다. 굴욕의 역사를 보여주는 것도 굉장히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다. 굉장한 차별점이 있다. 우리가 늘 기뻤던 추억만 돌아보는게 아니고, 잊고 싶었던 힘들었던 기억을 들춰보고 의미를 찾을때도 있지 않나. 그리고 이게 치욕의 역사든 뭐든 시나리오가 기가 막혔다. 영화로 만들지 않고 시나리오만으로도 작품적인 의미가 있는 완벽한 작품이어서 선택했다. 
-원작소설도 봤나. 
안 읽어봤다. 참고한 자료는 그 양반의 실제 이력들이었다. 그의 삶에 대해서만 찾아봤다. 평소에도 원작을 가지고 영화화 하는 경우에는 감독에게 내가 원작을 먼저 보는게 도움이 될까 먼저 물어본다. 그럴 때 감독이 의도적으로 막는 경우도 있는데, 황동혁 감독도 안 봐도 된다고 했다. 그래도 내가 보고 싶다고 했더니 (제작사)대표님이 김훈 작가의 친필 싸인 얻어서 책을 구해줬다. 이제 읽어야지 한다. 내가 만들어낸 최명길이라는 인물이 소설에서는 어떤 사람일지 궁금하다.
-김훈 작가의 호평을 들었을 때 기분이 어땠나. 
실존 인물이었지만, 소설가가 썼을 때 최명길과 김상헌이 있었을거다. 원작자의 마음에 들었다면 내가 실수 하지 않았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재밌게 봤을 거라 생각했었다. 그 이유가 각색해서 시나리오로 만들어서 보여드렸을 때, “각색하기 어려웠을텐데 잘썼다”고 했다고 하더라. 그리고 앞서 말했듯 시나리오 자체가 작품이다. 시나리오 자체를 좋아하셨을거다. 촬영장에서도 시나리오 고스란히 충실히 차근차근 찍어나갔다. 아주 크게 실수하지 않는 한 김훈 작가도 좋아할거라 생각했다. 
-소재나 대사가 배우에게 많은 짐을 지우는 영화다. 연기적인 부담은 없었나.
시나리오를 처음 대할 때 든 생각이 스펙터클한 액션이 있거나 코미디가 있거나 하지는 않지만 어떤 액션보다 더 치열하고 강렬한 말의 힘이 있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설득이 됐고, 표현하는 건 배우의 몫이어서 부담은 있었지만 충분히 말로 소신을 이야기하는 부분들이 액션보다 강렬하게 나올 수 있다고 생각했고, 그렇게 노력했다. 
-대부분 고개를 숙이고 연기하니까 감정 전달 쉽지 않았을텐데.
생소했다. 거의 80% 분량을 땅바닥만 보고 무릎을 꿇고 앉아서 연기하니까 생소했다. 상대의 눈을 보고 상대의 얼굴 표정을 받아서 내말을 해야하는데, 귀로만 듣고 기운만 느끼니까 더 예민해졌다. 상대의 말과 기운을 다 받아들이려고 그러니 말이다. 그 뉘앙스를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대사 중에 기억에 남는 건. 
상헌과 부딪치는 장면에서 왕에게 마지막으로 하는 이야기다. “왕이라면 임금이라면 오랑캐의 발밑에 가서라도 백성들을 살려야하는거 아니냐”고 했던게 기억에 남는다. 또, 날쇠(고수 분)가 이야기하는게 중요한 대사라고 생각했다. 상헌이 격서를 부탁을 하면서 떠나보낼때 “나는 왕을 위해서 이 결심을 하는것이 아니다. 나와 내 주변이 더 중요하다”고 했는데 그게 관객들에게 더 와닿았을 것 같다. 어떻게 생각하면 민초들은 정권을 누가 잡느냐 상관 없다. 만약에 그냥 (이 영화를) 상헌과 나만의 싸움에만 집중해 봤으면 그 부분에서 뒷통수를 맞는 느낌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원문보기:
http://www.sportsseoul.com/news/read/556121#csidxaddc21d12944cdfb51539915ed9dd8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