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랜덤 플레이라고요? 작품을 선택하는 데 있어 뚜렷한 기준이나 전략 같은 건 없어요. 제가 앞에 어떤 캐릭터, 장르를 선택했든 간에 ‘단지 내 손에 쥐어진 시나리오가 나의 마음을 얼마나 움직이느냐’에만 집중하죠. 이번 작품 역시 그랬고요.”

톱스타 이병헌(48)이 그간의 묵직한 카리스마를 잠시 내려놓고 쓸쓸한 철부지, 퇴물 복서로 분해 작지만 강한 울림을 선사한다.

이병헌과 박정민, 윤여정의 만남으로 새해 첫 기대작으로 꼽히는 ‘그것만이 내 세상’이 최근 언론시사회를 통해 베일을 벗었다. 뻔한 뼈대임에도 불구하고, 명품 배우들의 힘은 컸다. 작품의 단점들은 배우들의 연기력과 기대 이상의 케미로 완벽하게 커버됐다.

이병헌은 “작품을 선택할 때 크게 고민하거나 따지지 않는 편”이라며 “내가 읽는 있는 이야기가 마음을 움직이면 그 뿐이다. 이번 작품 역시 자꾸만 나의 감성을, 마음을 건드리는 지점이 있었다. 여기에 든든한 동료들(박정민, 윤여정)이 있으니 안 할 이유가 없었다”고 말했다.

“모든 상업 영화는 사실 전형성을 지니고 있어요. 나쁜 놈이 있으면 좋은 놈이 있고, 웃음이 있으면 슬픔이 오고, 절망이 있으면 그것을 반전으로 이겨낸다던지. 이 기본 뼈대는 늘 반복되는데 같은 공식임에도 불구하고 이것을 좀 더 새롭고 세련된 옷을 코디해 뻔하지만 새롭게 보이도록 만드는 거죠. 보다 많은 관객들이 공감하고 함께 호흡하기 위해 상업 영화가 지녀야 할 어쩔 수 없는 항목이기도 하죠.”
솔직하고도 현실적인 그리고 합리적인 답변이었다. 그에게 “그렇다면 상업영화의 가치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라고 물으니 “나도 잘 모르겠다. 갈수록 혼란스러운 부분”이라며 고개를 내저었다.

“아무래도 대중이 공감하고 더 많이 사랑해주는 게 가장 상업 영화에 부합하긴 하는데 실은 저도 잘 모르겠어요. 그것이 매번 바뀌고 의외의 변수가 너무나도 많고, 항상 예상과 다른 결과가 많이 나오니까. 다만 좋은 영화란, 자꾸만 이야기 하고 싶은 영화 같아요. 내 주변의 누군가에게 자꾸 말 하고 싶고, 말 하게 되는 영화요. 우리 작품 역시 그런 영화가 되길 간절히 바라죠.”
끝으로 그는 “우리 영화 역시 그런 전형성이 있긴 하지만 캐릭터의 정서가, 이를 풀어가는 방식이, 감독의 눈이 조금은 새로운 부분이 있다”면서 “내가 느낀 그 정서적 울림을 관객들도 느꼈으면 하는 바람이다.
함께 웃고, 울고, 또 따뜻해졌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영화 ’그것만이 내 세상’은 주먹만 믿고 살아온 한물간 전직 복서 ‘조하’(이병헌)와 엄마만 믿고 살아온 서번트 증후군 동생 ‘진태’(박정민), 살아온 곳도, 잘하는 일도, 좋아하는 것도 다른 두 형제가 난생처음 만나 펼쳐지는 이야기를 담는다. 평범한 가족 극으로 시작된 영화는 배우들의 열연과 아름다운 음악, 감독의 재치와 따뜻한 시선이 어우러져 신파의 신세계를 열며 비범하게 완성된다. 17일 개봉, 극장 상영 중이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한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