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서 가장 달콤했던 선택이 있었다면 그건, 배우라는 이름을 선택했던 바로 그 순간 이었습니다.
인생에서 가장 달콤했던 선택이 있었다면 그건, 배우라는 이름을 선택했던 바로 그 순간 이었습니다.
제목 [영화人을만나다] 카리스마 벗고 동네 형으로 돌아온 이병헌
등록일 2018-01-22 조회수 788
[천지일보=이혜림 기자] 되는 대로 자른 머리 스타일, 동네 백수 형 같은 트레이닝복을 입은 채 껄렁하게 걸어 다니며 전단을 배포한다. 한때는 WBC 웰터급 동양 챔피언까지 거머쥘 정도로 잘 나가는 복서였지만 지금은 스파링 파트너와 전단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는 ‘김조하’다.

‘매그니피센트 7’ ‘내부자들’ ‘마스터’ ‘남한산성’ 등 스크린을 압도하는 강렬하고 묵직한 연기를 선보였던 이병헌이 영화 ‘그것만이 내 세상(감독 최성현)’을 통해 카리스마를 벗고 동네 형으로 돌아왔다.
영화 ‘그것만이 내 세상’은 주먹만 믿고 살아온 한물간 전직 복서 ‘조하(이병헌 분)’와 엄마만 믿고 살아온 서번트 증후군 동생 ‘진태(박정민 분)’ 두 형제가 난생처음 만나 펼쳐지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배우 이병헌은 자신의 이름 석 자만으로도 엄청난 존재감을 드러낸다. 영화 ‘밀정’에선 의열단 단장 ‘정채산’ 역으로 특별출연해 10분 남짓의 분량만으로 작품의 공기를 휘어잡았다. 그런 그가 지금까지와 180도 다른 친근하고 유쾌한 매력으로 무장했다. 최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이병헌과 마주했다.

“영화의 분위기만큼 따뜻하고 즐겁게 지낸 것 같아요. 배우는 작업할 때 영화가 가진 정서를 어느 정도 따라갈 수밖에 없거든요. 유독 웃음코드가 많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가지고 여러 가지 실험해볼 수 있는 장르여서 그런 과정에서 스텝들하고 많이 웃고 즐기면서 촬영했어요.”

이병헌이 맡은 조하는 겉으로는 거칠고 투박하지만 속으로는 정 많은 일명 ‘츤데레’다. 조하를 보니 그가 브라운관에서 한창 활동할 10여년 전인 1999년 드라마 ‘해피투게더’에서 연기한 서태풍이 떠올랐다.
인간미 넘치는 조하를 본 후 배우 이병헌을 만나니 더욱 친근하게 느껴졌다. 그도 다른 영화보다 한결 편안한 모습으로 인터뷰에 임했다. 이병헌은 “기존에 해왔던 큰 영화들에서의 극단적인 상황과 캐릭터는 상상에 의존한다. ‘누군가가 총을 들이댔을 때 어떤 기분일까’ ‘내가 총을 겨눈다면 어떤 기분일까’ 하는 상상과 비슷한 경험의 감정을 극대화해서 연기한다”며 “조하는 내 주변에 있는 인물이다. 이렇게 주변 인물을 연기할 때는 웬만하면 직접 겪었던 경험이나 아는 사람의 간접경험을 통해 연기하기 때문에 조금 더 자신감이 있다. 그래서 편안한 느낌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파격적인 변신으로 정말 맛깔나는 코믹 연기와 속 깊은 연기를 소화해낸다. 물 만난 듯한 그의 연기를 보고 있으면 “역시 이병헌이네”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특히 혜화역에서 촬영한 전단아르바이트 장면이 그렇다.
이병헌은 “처음에 혜화역에서 카메라를 몰래 숨기고 한다고 하길래 감독님이 처음이시라 분명 촬영하고 재촬영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는데 의외로 한 70%는 저를 못 알아보시더라”며 “사람들이 카메라가 나와 있을 때 주변을 둘러보기 시작했던 것 같다. 그래서 안 보이는 곳에 카메라를 숨겨 놓고 머릿속으로 리허설하고, 동선을 눈으로 ‘쓱’ 보고 카메라가 준비됐다고 하면 한 번에 끝냈다”고 말했다.

그가 영화 홍보 차 진행된 인터뷰 중에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은 중 하나는 ‘왜 코미디를 택했는가’일 것이다. 대형 상업영화가 주를 이뤘던 그의 필모그래피에 코미디라는 장르는 새로운 도전이기 때문이다.
이병헌은 “매번 인터뷰 때 하는 이야기지만 영화의 사이즈라든가 장르, 캐릭터의 무게를 먼저 생각하지 않는다. 어떤 장르나 사이즈보다 이 이야기가 나를 움직이느냐를 먼저 생각한다”며 “갑작스럽게 ‘싱글라이더’를 선택한 것도 다들 의아해하셨는데 전 이야기가 마음에 들었다. 나머지 요소는 심각하게 고려할 대상이 아니었다. 이 영화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최근에 했던 작품은 너무나 훌륭한 작품들이 하지만 비리나 범죄, 반전 등의 영화가 많았죠. 큰 상업영화에 싫증 나셨던 분들에게 신선하게 다가가지 않을까 싶어요. 이 영화는 우리가 늘 봐왔던 뻔한 작은 이야기 같지만 사실 가장 중요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