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서 가장 달콤했던 선택이 있었다면 그건, 배우라는 이름을 선택했던 바로 그 순간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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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1. 병헌씨 공항 마중, 즐겁고 행복했습니다!
작성자 : 제비꽃 등록일 2009.07.30 조회수 4829

(고윤숙입니다)


 


병헌씨의 팬으로서 나이가 거의 10여 년이 다 되어갑니다. 그런데 그동안 한번도 공항 등, 교통편으로 이동할 때 환송이나 마중을 한 적이 없었습니다. 공식적인 팬클럽 활동을 통해서, 혹은 대중에게 공개된 영화관에서의 만남 외에는 절대로 그의 사적 행보에 방해가 되지 말아야겠다는 원칙을 잠시 접고, 김포 공항으로 향했습니다.


물론 병헌씨를 마중하러 가는 것이 그리 간단하지는 않았지요. 수업과 연구소 회의 등을 이런 저런 이유로 둘러대어 변경하거나 빠지는 등, 생각지도 않은 핑계와 거짓말을 해야 했습니다.


그리고, 영화 <놈놈놈> 참석 후 스스로에게 다짐했던 바를 실행하느라, 없는 시간 쪼개어 환영 보드를 만드느라 애가 탔습니다. 되도록 촌스럽고 키치하게 만든다는 것을 원칙으로 해서, 눈에 띄도록 의도했습니다.


공항을 향한 전철에서 마음이 너무 설레이어서 평소처럼 달콤한 잠도 잘 수 없었지요. 입국장에는 벌써 많은 팬들이 줄을 서 있었습니다. 거의 한 시간 정도 이르게 도착했음에도, 부지런한 팬들을 따라잡을 수는 없더군요.


입국장 중앙에는 이미 기자들의 사다리가 모두 설치되어 있었고, 수 십 분이 남았음에도 병헌씨의 입국이 임박했음을 느끼게 했습니다. 공항 마중도 처음인데, 게다가 튀고 튀는 환영보드를 들고 있을 생각을 하니 마음이 편칠 않더군요. 그래서 함께 들고 튀어 줄 루버스 식구들을 찾아서 맡겼습니다.


제 주변에는 한국으로 막 입국한 일본 피서객들로 붐볐고, 혹은 병헌씨와 같은 비행기나 앞선 비행기로 병헌씨를 만나려고 한 팬들도 꽤 있었습니다. 우연치 않게 주변의 말소리로 병헌씨가 입국하는 것을 안 일반인들도 잠시 그의 얼굴을 보려고 우리 주변으로 모여들기 시작했습니다. 루버스가 아닌 어떤 아주머니도 저와 임숙 언니 사이를 비집고 들어오려고 시도하실 정도였지요. 그러나 씩씩하게 보드를 들고 있었습니다. 보드는 유용하게도 얼굴 가림판으로써 훌륭한 역할을 해주었습니다.


입국장 문이 열렸다 닫힐 때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사람들 사이에 안타까움의 작은 탄성들이 터지곤했습니다. 경호원들이 들어와 대열을 정비하고, 라인을 넘어 오면 다시 병헌씨 일행이 안으로 들어갈 것이라고 엄중 경고했습니다. 물론 이러한 원칙이 지켜지지 않을 것이라고 저는 거의 확신하고 있었지만 말입니다. 꼭 약속을 어기는 사람들이 있기 마련이거든요.


병헌씨가 입국장을 통해 들어왔는데, 경호원들이 엄중 경호하는 바람에 첩첩산중에 싸인격이었습니다. 기자들에게 포즈를 취해주고 입국장을 떠나 현관을 향했습니다. 순간 대열이라고는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무리지어 병헌씨를 따라 휩쓸려 가더군요. 보드를 챙겨들고 그 대열의 끝을 천천히 따라가 보았습니다. 현관 입구의 카페트는 반으로 접혀 있었고 어떤 여학생은 자신의 신발을 잃어 버렸다고 울상이었습니다. 그 신발 한 짝은 카페트 안에 있었습니다.


정말 위험하고 아찔한 순간이었으리라고 짐작했습니다. 그렇게 우르르 몰려 나가면 누군가는 밀려 넘어지고 다치기 마련이니까요. 왜 이런 태도로 병헌씨를 곤란하게 만들어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이런 태도가 정말 병헌씨를 진정으로 좋아하는 것인지 자문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