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서 가장 달콤했던 선택이 있었다면 그건, 배우라는 이름을 선택했던 바로 그 순간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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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아이리스> 병헌씨, 3회까지가 정말 좋았는데...
작성자 : 제비꽃 등록일 2009.12.04 조회수 5096

옆에서 함께 작업하는 후배가 투덜거린다.


<아이리스>를 볼 수 있으리라 기대했던 핸드폰이


딱 그 프로그램을 방영하는 방송국만 볼 수 없다는 것이다.


항상 그랬듯이 투덜거리던 끝에 병헌씨의 연기 칭찬이 이어진다.


이 후배는 예전에는 그렇게까지 열렬한 팬의 반응을 보이지는 않았는데 말이다.


 


후배 : "1회에서 한 3회까지 병헌씨 정말 스마트하고 유쾌하고 멋졌는데."


나 : "요즘도 그렇쟎아. 연기에서는 부족함이 없쟎아."


후배 : "그렇긴 하지만, 너무 마르고 까칠하고 항상 긴장해 있어서 1, 2회 때 그 발랄하고 상큼한 모습이 더 좋더라구."


 


사실 나 또한 그런 느낌이 든 지 오래이다. 보면 볼수록 부담스러운 북한군 테러리스트 집단의 두목과 그 부하들이 화면에 너무 자주 등장하고,


병헌씨의 대사는 현저히 줄어들고, 항상 긴장되고 불편하고 절망적인 모습으로 앉아 있거나 서성이거나 서 있거나...


전체 드라마 구성의 긴장도나 적절하게 이야기를 풀어내면서 그 다음 회를 기다리게 하는 기술은 좋은 편이나, 정작 병헌씨의 목소리와 그 밝고 화창하고 생기발랄한 모습을 보기 점점 어려워지니 사실 드라마 보는 내내 편치 않았던 것이다.


물론, 병헌씨는 사건과 사건의 사이에서, 그에 적절하게 상황에 맞는 연기를 기대 이상으로 매우 훌륭하게 해내고 있고, 모두에게 그 능력을 펼쳐 보여 인정받고 있기에 지금의 연기에 부족함이 있다거나 불만이 있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광화문에서의 대치전이 끝나면 좀 나아지려나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만화 캐릭터 같은 얼굴의 전형적인 모습과 목소리로 매 회 나오는 북한 테러리스트 대장은 상당히 부담스러웠다.


선화의 연기는 항상 절제되어 있고, 간결해서 좋다. 핵 폭탄 제조실에서 승희를 다시 만나고 헤어져야 했던 현준에게 승희가 살아 있음을 미리 알리지 않아서 미안하다고 하며, 현준의 이유를 묻는 말에 대답도 못하고 울 때, 평소와는 다른 표정 하나만으로도 그 아픈 마음을 잘 표현해내고 있었다. 그리고 그러한 그녀의 마음을 읽어 내고는 말없이 동지로서, 남자로서 그녀의 머리를 안아 주던 현준의 손길에 가슴이 저릿하다.


다시 그 발랄하고 생기 넘치는 현준의 모습을 볼 수 있을까? 이미 인생의 우여곡절 끝에 너무 멀리까지 와버린, 수많은 상처를 안고 있는 현준이 일본에서의 눈 내리던 밤처럼 그렇게 해맑게 웃으며 사랑을 회복할 수 있을까?


재회와 회복의 기쁨에 웃을 수는 있겠으나, 아마도 예전의 현준으로는 돌아가기란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다시 그 젊은 날의 황홀한 모습으로, 멋진 모자를 쓰고 계단을 뛰어 오르던 천진난만한 청년의 해맑은 모습으로 우리와 이별했으면 좋겠다.


수많은 현준의 열렬팬들이 모두 그러한 바램이 아닐까.